(단독)재계, 보이콧 우려 속 나홀로 APEC 유치전

조현상·이규호 ABAC 위원 21일 호주 방문
계엄사태 후 미국 등 서방 5개 보이콧 논란
대한상의 준비위 구성…APEC CEO 서밋 개최

입력 : 2025-02-14 오후 4:34:12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내란 사태 이후 정부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릴 '제32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약체 정상회의(APEC)'에 대한 컨트롤타워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될 경우 일부 참여국 중에서 APEC 참석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우려조차 나오는 가운데,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을 맡게된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이규호 코오롱 그룹 부회장은 나홀로 민간 경제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재계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중심으로 기업 차원에서 APEC 정상 개최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조현상 한-베트남 경제협력위원장이 지난해 7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팜 밍 찡 베트남 총리 초청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4일 <뉴스토마토>의 취재를 종합하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이규호 코오롱 그룹 부회장 등은 오는 23일 호주를 방문해 ABAC 회의를 주재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호주를 시작으로 4월 캐나다, 7월 중 베트남을 방문한다"고 했습니다. ABAC 회의는 APEC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를 기업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설립된 자문기구입니다. 이 기구는 미국과 호주 등 21개국의 APEC 지역 경제계 인사들로 이뤄져 있으며, 각국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합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지난해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ABAC 4차 회의 후 만장일치로 의장에 선임됐습니다.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은 ABAC 신규위원으로 선임되면서 글로벌 재계 무대에 '데뷔전'을 치릅니다.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도 신규 위원으로 임명됐습니다. 조 부회장은 "2025 ABAC 의장을 맡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경제 상황에서 정상과의 대화를 통해 경제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공동 가치를 증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칠레가 유치한 APEC 취소 전례
 
이와중에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했고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미국 등 서방 5개 나라의 APEC 보이콧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11일 야당 주도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12·3 비상계엄 사태' 현안 질의에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금요일 주요 5개국 주한대사들이 만나 만약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으로 있으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포함해 국제 정상회담 전체를 보이콧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 부재 상황을 질타한 이 자리에 조태열 외교장관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인사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불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14일 김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보이콧까지는 아니고, 대통령의 거취 여부가 해결되지 않으면 APEC 개최가 힘들지 않겠냐는 제보를 받았다"며 "(APEC이) 무산될 것이라는 생각하지 않고, 다만 칠레에서 유치한 APEC이 취소됐던 사례가 있는 만큼 그와 비슷한 우려를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등 서방 5개 나라의 보이콧 주장은 가정을 전제한 차원의 발언으로 일단락됐지만, 권력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서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투숙할 5성급 호텔 확보도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습니다. APEC 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한 자리로 모이는데, 전체회의와 개별 양자·다자 정상회담이 수시로 열립니다. 이에 해외 정상들의 투숙과 개별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한 5성급 호텔은 회의 성공의 핵심 인프라고 꼽힙니다.
 
문제는 경주에서 동원 가능한 5성급 호텔은 힐튼호텔과 라한셀렉트호텔(옛 현대호텔) 단 2곳 뿐이라는 점입니다. 경주 지역의 나머지 호텔들은 3~4성급이거나 회원제콘도, 기업연수원, 모텔 위주입니다. 지역 숙박업 관계자는 "경주에서 APEC을 개최하는데, 호텔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상들이 부산 호텔에 머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경주 APEC이 맞나 하는 의문도 든다"고 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상의, 민간 지원체계 구축나서
 
국내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APEC을 앞두고, 한국의 상공업계를 대표하고 지원하는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나홀로 APEC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대한상의는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정상회의 및 관련 행사에 대한 사업계획을 심의하고, 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합니다. 2025 APEC CEO 서밋과 같은 경제인 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 초 2025 CEO 서밋 추진위원회(민간위원회) 출범식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글로벌 기업들이 반드시 오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이 첨단사업과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기업들 개별 간담회나 만찬 등 기업인들이 반드시 오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한상의는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민간 지원체계를 구축할 방침입니다. 추진위원장은 APEC CEO 서밋 의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맡고, 국내 대표기업과 주요 기관들이 집행위원으로 참여합니다. 
 
기업인들은 서밋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경주 APEC은 수십억 경제효과를 넘어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의 중심으로 다시 한번 올라서는 계기이자, 한국의 굳건함을 전 세계에 알리는 소중한 기회"라며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표진수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