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차남' 조현문 "상속재산 전액 환원…형제간 갈등 끝내자"

"공익재단 설립, 형제 갈등 종결하고 화해하고 싶다"
"효성으로부터 100% 자유 원해"…계열분리 협조 당부
"선친 유언 내용 납득 어려워…유언 집행 완료는 사실 아냐"

입력 : 2024-07-05 오후 3:28:17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형제의 난'으로 가족과 의절한 효성(004800)가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상속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5일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그동안의 형제간 갈등을 끝냄과 동시에 효성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유 의지도 명확히 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 푼도 제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을 설립해 여기에 출연하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효성가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아버지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공익재단 이름은 아침 해의 빛이라는 뜻을 담은 '단빛재단'이며 재단은 선친이 강조한 '산업보국'과 관련해 재단이 공헌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상속재산을 욕심내지 않고 전액 재단에 출연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쓰임 받게 하는 선례를 남기고자 한다"며 "공익재단 설립에 다른 공동 상속인들도 협조해줄 거라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상속재산을 공익재단에 출연할 때 공동상속인이 동의해야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른 공익재단 출연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조 전 부사장 측 설명입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3월 선친인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형제의 난을 이어온 세 아들(형 조현준 효성 회장, 동생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에게 화해를 당부하는 유언장을 남긴 데 따른 입장을 밝히기 위함인데요.
 
조 명예회장은 변호사 입회하에 작성한 유언장에서 "부모·형제 인연은 천륜"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하며 조 전 부사장에게도 법정 상속인의 최소 상속분인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지금까지 형제간의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를 이루고 싶다"며 "지금까지 저에게 벌어졌던 여러 가지 부당한 일들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용서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저의 계열분리와 이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효성가 '형제의 난' 주요 일지.(그래픽=뉴스토마토)
 
계열분리 의미에 대해 법률대리인 김재호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회사를 떼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 전 부사장이 가진 회사를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 요건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형제가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의 지분을 정리하자는 뜻입니다.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 조 부회장도 계열분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더 이상 효성그룹의 특수 관계인으로 묶이지 않고 삼형제가 독립경영을 하는 것이 선친의 유훈이라 생각한다"며 효성으로부터의 100% 자유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은 선친의 유언장에 아직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유언장에 대해 입수경로,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아직 유언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유언의 집행이 이미 완료된 듯 보도된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조 전 부사장은 "저는 효성 경영권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앞으로는 서로 다투지 말고 평화롭게 각자의 길을 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효성그룹 측은 조 전 부사장 입장과 관련해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가족들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가족간에 평화와 화합을 이룰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유언장 내용을 놓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형제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효성가 형제의 난은 201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효성의 중공업 PG장이던 조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뒤 조 회장이 계열사간 부당지원에 관여돼 있다는 결과를 발표합니다. 이에 조 명예회장은 분란을 일으켰다며 조 전 부사장을 질책했고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친형은 물론 부친과도 연락을 끊은 채 지분 전량을 매도, 효성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의 배임·횡령 혐의를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본격적인 형제의 난이 벌어진 것입니다.
 
조 회장도 2017년 자신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는 협박을 당했다며 조 전 부사장을 맞고소했죠. 현재까지도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조 명예회장 유산 배분을 불씨로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졌습니다. 특히 조 명예회장 빈소에 조 전 부사장이 상주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5분 조문'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의 고소와 관련해  많은 진실의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며 "만약 형제들과 효성이 저의 진심어린 요청을 거절한다면 제게 주어진 모든 법적 권리를 포함, 저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가족들과 체류 중으로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산업 동향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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