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가스 수급 불안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LNG 가격이 상승하면 대체제인 석유 수요가 증가하고 정제마진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거둔 정유업계는 LNG 가격 상승과 경기 부양 등으로 올해 실적 개선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17일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오전 기준 MMbtu(100만 열량 단위)당 3.61달러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132% 오른 수치입니다.
네덜란드 TTF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3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0일 오전 한때 직전 거래일보다 5.4% 상승한 MWh(메가와트시)당 58.76유로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2월 중순 28유로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이처럼 가스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러시아발 가스 공급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의 난방 수요가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이후 러시아산 가스 공급 대부분이 끊기면서 유럽은 가스 수급에 차질을 겪었습니다. 올해 유럽의 가스 재고는 전체 저장시설의 49% 수준으로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미중 무역 분쟁도 LNG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꼽힙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해 미국산 LNG에 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LNG 가격이 상승하면 대체제인 석유 수요가 증가해 정제 마진이 개선됩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현물 가격이 MMbtu당 20달러 이상 오르자 많은 글로벌 기업이 LNG 대신 발전용 연료로 사용되는 저유황 연료유(LFSO)를 사용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디젤(경유)의 경우 마진이 전년 대비 평균 10~15달러에서 50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정제 마진 하락으로 실적 부진을 겪은 정유업계는 LNG 가격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따른 경기 부양 등 수혜를 입어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정제설비 규모가 지난해를 고점으로 감소하는 데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로 인해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급에 차질을 겪으면서 국내 정유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적 저조에 시달렸던 국내 정유업계로서는 반가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LNG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LNG 가격 상승 외에도 종전 등으로 경기 부양이 이뤄지면서 정제마진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