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상호 관세'를 꺼내들었습니다. 미·중 관세 전쟁 역시 전면전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보다 수위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중국을 겨냥한 이번 무역전쟁의 장기전은 불가피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도 폭풍전야에 휩싸일 전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에 관한 포고문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에 "예외나 면제 없다"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반중전선 '확대'
11일(현지시간) 외교통상가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10%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상호 관세 부과와 대상국에 대해 발표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틀 내 상호 관세도 부과한다. '상호'란 단어를 많이 듣게 될 것"이라며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부과한다. 25%라고 하면 우리도 25%, 그들이 10%면 우리도 10%다. 25%보다 훨씬 더 높이면 우리도 그럴 겁니다"라고 밝혔습니다.
1순위 타깃은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과 인도입니다. 상호관세 부과 국가의 기준은 대미 무역흑자와 미국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인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및 제조 담당 수석 고문인 피터 나바로가 작성한 '프로젝트 2025계획'에는 최우선 상호 관세 부과 국가로 중국과 인도가 명시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인 2023년 6월 상호 무역 조치를 언급하며 "인도·중국이나 다른 어떠한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100%나 200% 관세를 때릴 경우 우리도 정확히 같은 관세로 그들을 때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그는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특히나 트럼프 2기 외교·안보라인 인적 구성이 '반중'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에서 이른바 '반중전선'은 관세를 무기로 날개를 달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철강 제품 저가 공세에 대응해 '우회 유입' 방지를 위한 원산지 규정 강화에까지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중국과 인도 모두 저가로 수출을 많이 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우회 수출에도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압박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결국 미·중 사이의 퇴로 없는 힘겨루기가 전면전을 앞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국에 대한 60%의 고율 관세까지 예고한 바 있습니다. 현재의 10% 추가 관세는 속도조절 측면도 있지만 언제든 '추가 관세'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집권 1기 무역전쟁이 대중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차원이었다면, 이번에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까지 확대하는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이 가장 큰 타격"…수출액 448억달러 감소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전될 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타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발표하더라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사실상 '무관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한 도구입니다. 즉 한국도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미국 대선 이후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된다면 "한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당시 토마스 헬빙 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시장에 긴밀하게 묶여 있고 미국과 중국 양국에 강하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편 관세 현실화 땐 우리나라 총수출액이 지난해보다 1.9%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지난 9일 발간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액은 연간 132억 4000만달러(약 19조 2443억원)가 감소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의 총수출이 최대 448억달러(약 65조 1123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0.29%에서 0.69%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이 관세 부과에서 제외될 경우 실질 GDP가 0.10~0.24% 증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트럼프의 상호 관세 부과 지침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대미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검토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 GDP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싸우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미치는 (수출하는 금액이 감소하는) 간접효과까지 합치면 좋을 건 없는 게임"이라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