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 VS. 방통위 '행정지도'…부처 밥그릇 싸움에 5.5조 과징금 '비상'

(통신사 과징금 날벼락)①공정위, 이달 중 통신3사 담합 최종 제재 확정
최대 5.5조 과징금 부과 예고…통신3사, 연간 총 영업이익 웃도는 수준
방통위 지도 따른 통신사 '억울'…방통위는 단통법 근거해 지도
"단통법 취지 고려 않는 공정위 모순적…공정위 월권적 제재" 목소리도

입력 : 2025-02-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통신3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단위 과징금을 맞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2023년 2월 '모든 수단을 열어 통신시장 과점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윤석열씨 지시에 따라, 그간 공정위는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을 조사해 왔는데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과 거래조건, 거래량 등을 공유한 것을 두고 통신3사 간 담합으로 결론 지을 태세입니다. 예측되는 과징금 규모는 최대 5조5000억원입니다.
 
문제는 통신사들이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지도에 맞춰 이같은 내용을 공유했다는 것입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단통법)을 준수하며 판매장려금을 책정했고, 판매장려금 조정은 담합이 아닌 경쟁행위라는 게 통신3사의 입장입니다. 결과적으로 부처간 엇박자 규제에 통신3사만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요. 현재 공정위의 담합 주장을 두고, 당시 시장상황에 따라 도입됐던 단통법 입법 취지와 배치되는 모순적 행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통신사 과징금, 이달 말 최종 결론 나올 듯
 
17일 통신업계 및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전원회의를 열고 통신3사의 판매장려금과 관련된 담합 의혹에 대한 최종 제재 방안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오는 19일과 26일 두차례 전원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이달 초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방통위를 상대로 사전의견 청취 절차도 진행했습니다. 
 
 
공정위는 통신3사에 3조4000억~5조5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예고한 상황입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부과 가능 금액은 SK텔레콤 1조4091억~2조1960억원, KT 1조134억~1조6890억원, LG유플러스 9851억~1조641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통신3사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에 준하거나 훨씬 웃도는 수준입니다. 지난해 통신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3조4960억원입니다. 
 
공정위는 통신3사가 2015년부터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과 거래조건 거래량 등을 공유하면서 담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단말기를 구매할 때 받는 지원금은 주로 통신사의 공시지원금과 판매·대리점의 추가지원금으로 나뉩니다. 추가지원금은 통신사가 판매·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으로 마련됩니다. 공정위는 통신3사가 번호이동 등 순증과 순감 건수 현황을 공유하면서 가입자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판매장려금을 조절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방통위와 KAIT에서 운영하는 번호이동 상황반을 근거로도 내세웠습니다. 
 
통신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과 번호이동 상황반 운영은 단통법 준수를 위한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부당한 지원금 차별을 금지한 단통법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였고, 실제 운영과정에서도 법률을 준수해 방통위 지시를 따랐다는 겁니다. 판매 장려금을 비슷하게 정한 이유도 방통위가 30만원 이상 장려금 금지 가이드라인을 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방통위도 공정위에 통신3사의 행위가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상황입니다. 단통법은 이동통신 시장에서 이뤄지는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법이며, 이에 따라 정당하게 법 집행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통신3사 사옥,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진=각사)
 
공정거래법이냐 특별법이냐…"이면엔 밥그릇 싸움"
 
역대급 공정위 과징금 철퇴가 예고됐지만,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가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담합의 불법성에 대한 것은 공정위 소관이지만, 단통법에 근거하면 통신사들의 영업행위를 담합으로 판정짓기 쉽지 않은 까닭입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가 행정지도와 별개로 불법적 담합에 대해서는 충분히 살필 수 있어 사안별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2014년 이동통신 시장에서 이용자 차별이 심각하게 발생해 일률적으로 단통법 내에서 경쟁을 막았던 것인데, (단통법 취지를 고려하지 않고) 경쟁당국이 담합으로만 규정하는 것 자체는 모순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만을 근거로 통신사 규제에 나서는 것이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법이 일반법이라면, 특별법인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에는 통신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기에 특별법 우선주의 원칙을 적용해 공정거래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번 담합 이슈 이면에는 공정위와 방통위의 밥그릇 싸움이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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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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