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역대급 순이익에도 배당 여력 '뚝'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필요"

입력 : 2025-02-18 오후 2:25:52
[뉴스토마토 유영진 인턴기자] 보험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지만, 배당 여력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어난 영향입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장 보험사들 현금·현물배당 공시를 보면 전년보다 배당금액은 늘었지만 시가배당률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순이익이 크게 올랐지만 배당 여력은 순이익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한 상황입니다.
 
시가배당률은 배당일 기준 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한 상장사가 배당일 기준 1주 가격이 10만원이고 배당금을 1만원으로 결정했다면 시가배당률은 10%입니다. 주가가 높을수록 배당금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금액보단 1주당 얼마나 배당되는지가 드러나는 시가배당률을 따져봐야 합니다.
 
삼성화재(000810) 주가는 36%가량 오르고, 당기순이익은 14% 상승하면서 1주당 배당금을 19000원(보통주)으로 결정했는데요. 시가배당률은 6.5%에서 5.0%로 떨어졌습니다. 주가와 당기순이익 상승에도 시가배당률이 줄었다는 건 보험사가 성장했지만 배당금을 늘릴 여력은 줄어든 탓입니다.
 
같은 기간 코리안리(003690) 주가는 약 30% 올랐고 당기순이익도 12.3% 상승했으나, 배당금은 540원에서 515원으로 줄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가배당률은 6.8%에서 6.3%로 떨어졌습니다. DB손해보험(005830)만 현금 배당이 공시된 보험사 중 유일하게 배당금과 시가배당률이 모두 올랐습니다.
 
보험사들이 역대급 순이익에도 배당 여력이 좋지 않은 까닭은 해약환급금준비금 때문입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고객이 보험 계약을 해지할 때 보험사가 돌려줘야 하는 돈입니다. 현행법상 배당은 순자산에서 자본금·미실현이익·해약환급금준비금 등을 제외한 금액 내에서 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고객이 늘어난 만큼 준비금도 늘어났기 때문에 배당 여력이 좋지 않습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규모가 커지면 배당 여력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삼성화재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지난해 대비 87.5% 늘어났습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순이익 2조768억원을 거둬들였지만 해약환급금준비금도 2조2131억원을 마련하며 배당 여력이 떨어졌습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영향도 있지만 주식가격과 배당금 총액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시가배당률이 더 떨어져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도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배당 여력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익잉여금 증가보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가 크기 때문에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나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 12일 "신계약 등으로 준비금 규모가 과도하게 증가했다"면서 "배당여력 감소가 발생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준비금 도입취지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금융당국에 건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인턴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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