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보장보험, '제2의 남양유업 M&A 노쇼' 막을까…일부 허점도

기업가치 속이거나 세무리스크 발생 시 보상
손해배상 대신 보험금 청구토록 강요할 수 있어

입력 : 2025-02-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진술·보장보험이 개발되면서 인수합병(M&A) 계약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아직까지는 1500억원 이하 규모의 중소형 M&A 거래에 해당하지만, 기업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돌연 매수 기업에게 M&A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노쇼' 논란을 일으킨 남양유업(003920) 사태처럼 피해 사례를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국내에도 진술·보장보험 등장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000810)는 중소형 M&A에 특화된 국문 M&A보험(진술 및 보장보험)을 개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최초 사례입니다. 이 보험은 M&A 거래에서 매도인의 진술 및 보장 사항 위반으로 발생하는 금전적 손해를 보상하는 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재무제표에 허위 매출을 계상해 기업가치를 부풀리거나, 핵심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진술했으나, 사실은 단독 소유가 아닌 타사와 공동소유인 사례가 주요 진술 및 보장 위반 사례로 꼽힙니다.
 
매도인이 주요 거래처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에도 인허가 및 규제 관련 위반 범주에 들어갑니다. 식품 제조업체가 보유해야 할 HACCP 인증이 만료됐으나, 이를 현재 유효하다고 허위진술한 경우도 필수 인허가나 라이선스 미보유 사실을 은폐한 위반 사례입니다.
 
이 외에도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나 이를 숨기거나, 노사관계 이슈나 임금체불 사실 누락, 세금 체납이나 법인세 과소 신고로 인한 추징금 발생 가능성이 있는 세무 리스크 등도 보험 적용 대상이 됩니다.
 
해당 보험은 진술 및 보장 위반 사태를 100% 예방하긴 힘들어도, 중소형 기업이 M&A 과정에서 매도인의 진술 위반으로 인해 겪는 금전적인 손해를 보전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힙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비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한 M&A 거래 중 상당수가 진술 보장보험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통상 진술 보장보험의 보상한도는 통상 매매대금의 10~30% 수준이며 자기 부담금은 1.5% 수준으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향후 진술 보장보험이 활성화할 경우 담보 기간, 담보대상 및 보험료의 부담 구조 등 구체적인 관련 조건들이 M&A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에서도 진술·보장보험 개발되면서 인수합병(M&A) 계약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화재 사옥.(사진=삼성화재)
 
진술 위반 기업의 모럴 해저드 우려
 
거래가 종결되기 전 기업 실사가 한정된 기간 내에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와 관련된 모든 중요한 정보에 대해 확인이 어려운 점은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진술 보장보험이 있다면 해당 조항을 규정한 M&A 계약에서 어느 당사자의 진술 및 보장이 진실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보험사가 피보험자인 상대방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게 됩니다.
 
다만 이러한 보험의 존재가 진술을 위반한 매도인 입장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M&A 계약에서 진술 보장보험을 구매하도록 할 경우 당사자 간에 진술 보장보험을 유일한 배상 수단으로 정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전 반드시 보험금 청구를 거치도록 규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M&A 계약에서 진술 위반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보험사가 피해를 보전하게 되므로 매수인 입장에서는 매도인과의 법적 분쟁보다 보험금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습니다.
 
진술 보장보험이 활발한 해외, 특히 소송 친화적인 북미에서는 광범위한 실사보다는 한정된 기간 내에 제한적인 실사가 이뤄진 뒤 문제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규정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진술 보증보험 시장이 활성화할수록 기업 입장에서도 보험료 부담이 낮아기도 하는 등 양면이 존재합니다.
 
진술 보장보험 개발에 참여하는 법무법인 디엘지는 "진술 및 보장보험 시장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M&A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2일 (왼쪽부터)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 최재봉 삼성화재 부사장, 소병기 코리안리 상무법무법인 디엘지, 삼성화재, 코리안리와 함께 삼성화재 본사에서 진행된 진술 및 보장보험 시장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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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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