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캡틴아메리카는 죽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진정한 리더 '캡틴아메리카'는 죽었다"

입력 : 2025-02-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아들 캡틴아메리카 사줄까. '수퍼 파워'로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야. 하늘을 날아다니는 '팔콘' 친구랑, 헐크 알아? 헐크도 함께 지켜줘. 힘 대장이야~"
 
이제 막 6세가 된 아들에게 마블시리즈의 슈퍼 히어로물을 늘어놨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다는 불혹의 정점에 태어난 우리집 귀염둥이이자 늦둥이에게 줄 새해 선물을 말이다.
 
허나 장난감 선택에 있어 부자 간 온도차는 뚜렷했다. '헬로카봇'에게 진 캡틴아메리카. 나름 깨어있는 'X 세대' 아빠거늘, 아이 눈높이가 아닌 내 기준에 선물을 제시했으니 요즘 아이의 유행 패턴을 몰랐다.
 
어느새 고사리 같은 아들 손에는 헬로카봇 백과사전이 펼쳐져있다. 이건 무슨 로봇~ 저건 무슨 로봇 등 한 장 한 장 넘기며 쏟아내는 이름 모를 로봇들이 100가지는 넘는 듯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한 장면
 
헬로카봇의 주인공 차탄은 초등학교 1학년생이라는데 이 많은 로봇을 가지고 있으니 든든하고 세상 무서울 게 없겠다만 장난감 박스에 하나둘씩 쌓여가는 로봇을 보고 있으니 로봇 지옥에 빠질게 뻔했다.
 
친가, 외가 등 보이는 족족 집안사람들에게 헬로카봇 노래를 부르더니 어느덧 로봇 군단을 형성하고 있다. "와하하 저게 다 얼마냐~" 변신로봇 하나에 10만원을 훌쩍 넘는 것도 있으니 시쳇말로 인플레이션 시대라지만 씀씀이는 '카봇+인플레'라고 표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꼰대스러운 지천명이니 어벤져스가 헬로카봇을 이긴다고 6살짜리 아들에게 으름장이다. 마블 덕후들에겐 어벤져스 중 아이언맨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던 아이언맨은 '엔드게임'에서 장렬한 희생으로 퇴장했다. 그럼에도 슈퍼히어로의 블록버스터는 영원한 시류로 남았지만 지구촌 현실로 돌아오면 '엔드게임'의 장렬한 희생은 좌불안석이다.
 
최근 한 국책연구기관은 미국발 관세전쟁이 아직 예고편에 불과하다며 4월 '엔드게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가별 관세뿐 아니라 품목별 관세 압박과 비관세장벽까지 흔들고 있는 트럼프발 쓰나미에 '더 큰 한 방'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만큼 트럼프 신정부발 위험의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는 얘기인데, 산재한 난제 중 가장 으뜸은 외환 리스크일 것이다. 달러 강세 '숨 고르기'에도 고환율이 요지부동인 걸보면 피부로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한미 FTA 체결로 미 수입품 실효 관세율이 0%대'라며 '우리나라의 대미 수입품 관세율이 13.6% 수준'이라는 외신 보도에 반박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환율 얘기에서는 다르다.
 
미국의 실효관세율이 오를 경우 강달러 압력은 어떻게 될까. 실물 경제면에서는 격화한 무역갈등이 공급충격으로 연결되고 물가 상방압력과 성장하향을 불러오는 요인이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 (출처=산업연구원)
 
그럼 미 달러 시장은 연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꺾여 강달러 환경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특히 달러화 강세는 글로벌 소비, 생산 활동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교역 위축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미 대선 이후 이어진 달러화 강세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어 교역 위축은 세계경제 안정세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2~3% 내외 수준의 글로벌 교역량을 올해 상회할지는 미지수이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국제기구는 3% 내외의 증가율을 예측하고 있지만 미 관세 확대와 달러화 강세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국가보다 특별하다고 믿는 미국의 신념이자, 국제적 리더십 지위인 '미국 예외주의'가 지속적으로 먹힐지도 장담할 수 없다. 지구촌 전체의 문제 해결사를 자처한 세계 경찰이자, 국제 협력 대국의 타이틀은 온데간데없고 겁박과 경제블록 극단적화만 불러온 '미국 우선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채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밝지 않다. 통상 미국, 영국의 재정 정책에 눈이 쏠리지만 유로존 국채 금리는 불안 요인이다. 
 
독일, 프랑스 중심의 유로존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지속할 수 있는 데다, 유로존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경기침체 위기에 직면하면서 재정건전성의 잣대인 부채 브레이크 제도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은 국채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EU 전반에 금리 상승 압력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상환경 악화에 따른 유로존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까지 가중되고 있으니 심각성은 더할 것이다.
 
정책금리 인하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요즘 액션행보를 보면, 경기 부양을 위한 빅컷(정책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손사래다. 통상 마찰 확대에 따른 성장 저하와 인플레이션 대처의 이중고에 놓여있으니 불안 덩어리 EU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EU 간 경제협력에 미칠 영향도 '득'일지, '실'일지 사실상 불확실성만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트럼프발 관세전쟁 확전까지 가중되면서 전세계 모두가 비상이 걸렸으니 인류애·정의감으로 무장한 진정한 리더 '캡틴아메리카'는 죽었다. 대한민국을 지켜 낼 헬로카봇이 절실하지 않은가.
 
 
지난해 7월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4를 찾은 시민들이 헬로카봇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규하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