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그립습니다. 대통령 노무현이

입력 : 2025-02-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오승주 기자] 우연찮게 영화 ‘변호인’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롤모델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개봉이 2013년 12월이니, 근 11년만에 본 셈이네요. 
 
영화는 노무현 대통령이 실제 변호했던 부림사건을 배경으로 합니다. 1981년 전두환 군사정권 발족 직후 부산지역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공안사건입니다.
 
11년 전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세월이 지나니 들리고 보이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변호를 맡은 영화의 송우석 변호사(송강호)는 국가보안법 위반의 부당성을 이렇게 비유합니다.
 
"조지 포먼하고 무하마드 알리가 권투 시합 해서, 내가 알리 응원하는데 김일성도 알리 응원하면 내가 국보법을 어긴깁니까?"라고 합니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부림사건 변호 당시 “미국과 북한이 축구하는데 북한 응원하면 그게 국보법 위반이냐"라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국가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들렸습니다. 송 변호사는 영장없이 사람들을 붙잡아 고문하고 죄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든 공안정국의 앞잡이 차동영 경감(곽도원)에게 국가란 무엇인지 묻습니다.
 
차동영은 국가는 ‘전두환’이라는 식으로 답하자 송우석은 이렇게 일갈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읊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는 국민입니다“
 
숨쉬게 만드는 공기처럼 당연한 소리인데, 그동안 다들 잊고 살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하니까.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헌법 제12조 2항도 뇌리에 박힙니다.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고문금지조항. 예전 헌법에는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전두환 시대 헌법에도 버젓이 존재했습니다. 제5공화국 헌법(제8차 개정) 제11조 2항에도 똑같이 쓰여져 있었고, 제4공화국(제7차개정) 유신헌법에서도 제10조에 적시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부독재는 ‘헌법 따위는 개나 줘버린’겁니다. 
 
송강호 주연 영화 '변호인'이 개봉 17일 만인 2014년 1월 4일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진=뉴시스)
 
지도자의 혜안
 
세종특별자치시 해양수산부 건물 대 회의실에는 역대 해수부 장관들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1996년 김영삼정부 때 부처로 승격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 시절 해수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6대 해수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8년전. 해수부를 출입할 당시 고위 관료와 점심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해수부장관이던 시절 보좌했던 관료는 ”기억나는 것 하나만 말해달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IT기술에 상당히 관심이 많으셨어요. 당시 IT버블이 시작되던 시기였는데, 대통령께서는 장관 시절 직접 프로그램 짜는 법을 배워 인터넷에 적용하고 했던 게 기억납니다. 그건 소소한 정도고, 낙후된 부산 물류항만을 새로 옮기고 개발하는 국가사업에도 눈이 밝았습니다. 한마디로 혜안이 있었죠”
 
혜안을 통해 국가의 장래를 내다보고 실천하는 ‘미래지향적 인물’이었다는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 10주기인 201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 장철영씨가 청와대 재임과 퇴임 시 찍었던 대통령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미공개 사진 40여 점을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12월 4일 청와대 본관에서 cnn과 인터뷰를 가진 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장철영씨 제공)
 
그립습니다. 대통령 노무현이
 
그냥 생각해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면 어떻게 됐을지. 어지럽다 못해 아비규환인 정치권에 어떤 일침을 가해 국가의 방향을 돌려놨을지. 여당인 국민의힘과 별반 다를게 없는 야당인 민주당에도 어떤 사자후를 내뱉었을지.
 
그립습니다. 대통령 노무현이.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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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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