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물가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상승폭이 소폭 둔화하기는 했지만 2개월 연속 2%대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12·3 내란 사태와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 중심으로 상승 압박이 가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향후 물가 흐름 역시 고환율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면서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치솟은 기름값에…연초부터 물가 '들썩'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5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0% 상승했습니다. 2.2%를 기록한 지난 1월보다는 소폭 둔화했지만 2개월 연속 2%대로 오름세를 지속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초 3%대를 유지하다가 하반기 1%대로 떨어진 후 저물가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연초 들어 상승폭이 확대하면서 2%대로 올라섰습니다.
물가 상승 배경에는 석유류 가격 영향이 컸습니다. 실제 석유류는 지난달 6.3%로 여전히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월(7.3%)과 견주면 상승세는 소폭 둔화했으나, 유류세 인하 폭이 감소하면서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보이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를 뺀 근원물가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석유류 부분이 하락하느냐 상승하느냐에 따라서 전체 물가지수가 변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제유가 자체는 (작년 동월 대비로) 큰 변동이 없었다"면서 "국제유가보다는 환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석유류 반영 비중이 큰 탓에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6%로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또 공업 제품 중 가공식품도 2.9%가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습니다. 2024년 1월(3.2%)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인데, 최근 가공식품 업계에서 잇달아 제품 가격을 올린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보다 1.4% 하락했습니다. 지난 2022년 3월(-2.1%) 이후 35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한 것으로, 과실 물가가 5.4%나 떨어지며 하락세를 견인했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했습니다. 농산물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 하락했지만 축산물과 수산물 물가는 각각 3.8%, 3.5% 급등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1년 전보다 1.8% 상승했습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9% 상승해 지난달(2.0%)보다는 소폭 하락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환율·관세 전쟁에 향후 물가 경로 '불안'
향후 물가 흐름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고환율이 앞으로도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한국은행은 이날 "향후 물가는 높은 환율 수준 등 상방 요인과 낮은 수요압력 등 하방 요인이 엇갈리면서 2월 전망 경로대로 목표 수준 근방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정학적 정세, 주요국 통상 갈등, 환율 움직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은은 지난달 내놓은 '환율의 장단기 물가 전가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과 같이 환율 급등기에 환율 단기 민감물가는 빠르게 급등락하는 모습을 나타낸 반면, 환율 장기민감물가는 같은 기간 등락폭은 훨씬 작으면서도 시차를 두고 환율 영향이 오랜 기간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고환율 국면이 미 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번 분석 결과는 향후 환율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그간 환율이 급등했던 것이 올해 하반기에도 잠재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후폭풍으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요. 실제 미국 경제는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성장률을 낮추고 물가는 끌어올리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합니다.
이하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는 이미 미국 서베이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소비자 조사 결과는 시장 예상을 하회했고, 기업 대상 서베이 지표인 PMI 역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경제 확장 기대가 컸던 만큼, 예상치 못한 경기 불안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6일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