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윤석열…헌재 게시판 ‘사기탄핵’ 도배

윤 석방 이후 탄핵 관련 게시글 35만여건
부정선거·중국개입설 등 가짜뉴스 확산 우려

입력 : 2025-03-11 오후 1:01:1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수감됐던 윤석열씨가 석방된 후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접속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헌재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광장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여론전이 격화하는 겁니다. 특히 윤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헌재 게시판에 “사기탄핵을 각하하라”는 내용의 글을 집중적으로 올리면서 헌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반성과 사과 없는 윤씨가 극우 세력들을 더욱 부추기는 모습입니다. 앞서 윤씨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이 구속취소 결정을 내리고, 이튿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석방됐습니다. 윤씨는 서울구치소를 나올 때 앞에서 진을 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비상계엄으로 인한 내란죄 혐의 피의자로서는 아무런 반성도 사과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석방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불법을 바로잡아준 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저의 구속과 관련해 수감돼 있는 분들이 조속히 석방되길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서부지방법원 폭력 사태와 관련한 불법행위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입니다.
 
11일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내 자유게시판.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윤씨 지지자들도 헌재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부정선거론과 중국개입설 등 기존 가짜뉴스 내용을 반복하면서 헌재 ‘탄핵 각하’를 선동하는 글을 무더기로 올리고 있습니다. 게시판에는 지난 8일부터 11일 현재까지 탄핵심판과 관련한 게시글이 35여만건 가까이 올라와 있습니다. 전날 하루 동안 올라온 글만 20여만건에 달했고, 이날 11시 기준으로도 글을 올리기 위한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대기자 수가 2000여명을 넘기고 있습니다.
 
탄핵을 반대하는 글에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누구 맘대로 탄핵하는 거냐?”,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정치적 이유로 탄핵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켜주십시오”, “중국 간첩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간첩법을 개정하지 못하도록 막는 민주당이 어찌 대한민국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나”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또 “탄핵소추 의결에서 주된 원인이었던 내란죄가 삭제되었고 헌법재판관의 정치 중립성도 확보되지 못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즉각 각하해야 한다”, “공수처가 무리하게 수사 강행했고 무리하게 현직 대통령을 체포했다. 헌재도 요건이 안 되는 탄핵심판을 진행하면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렇게 올라오는 글 대부분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계엄은 고유 권한이자 고도의 통치행위”라며 “합법적인 권리를 사용했음에도 야당과 공수처, 사법부가 사기탄핵, 불법수사, 불법체포, 불법구속을 했다”는 요지의 내용이 반복됐습니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헌재 게시판에 탄핵 반대 글을 남겨달라고 독려하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있는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 탄핵 각하 글쓰기 동참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에선 “중국 간첩단과 밀통한 중앙선관리위원회와 민주당의 부정선거 카르텔이 국제수사로 진실이 다 밝혀질 것”이라며 “악한 영과 중국 북한 공산 세력과 밀통하는 종북좌파 세력에서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합심해 지켜냅시다”라고 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 병력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씨 탄핵을 찬성하는 쪽에서도 헌재 게시판에 글을 써 힘을 실어달라는 호소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헌재 자유게시판이 미치광이들 글로 도배돼 재판관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헌재가 헌법과 민주주의 최고 수호 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응원과 격려글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헌재 게시글이 잘못된 정보의 가짜뉴스와 편향적인 선전선동 글로 도배되면서 여론조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특정 커뮤니티에서 헌재 게시판에 탄핵반대 글을 대량으로 자동 등록할 수 있는 매크로가 유포됐다며 관련자 수사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허위조작감시단은 전날인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여론조작의 공격을 심각하게 받고 있다”며 “극우 세력이 자동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해서 헌재 자유게시판을 불법 점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불법 여론조작을 통해 권력을 탈취하는 행위가 반복돼선 안 된다”며 “탄핵의 최종 결정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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