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100일…헌재의 시간

'데드라인' 4월 중순…절차적 흠결 '최대 회피'

입력 : 2025-03-12 오후 4:49:23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다시 헌법재판소의 시간입니다. 윤석열씨의 비상계엄(2024년 12월3일) 후 100일이 지났고, 국회에서의 탄핵소추(2024년 12월14일)로부터는 88일이 흘렀지만 탄핵선고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헌재는 윤씨에 대한 모든 변론을 마친 뒤 헌법 재판관 평의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윤씨의 구속취소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석방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에 관한 절차적 문제가 부각되면서 헌재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헌법재판관 등이 2월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선고 '데드라인'은 4월 중순
 
윤씨의 탄핵심판 선고는 이번주 14일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종변론부터 선고까지 2주를 넘기지 않았습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 종결부터 선고까지 14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11일이 걸렸습니다.
 
윤씨의 헌재 변론이 종결된 것은 지난 2월25일입니다. 앞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때 헌재는 탄핵선고를 금요일에 했습니다. 이런 전례에 비춰보면 윤씨도 변론종결 이후 2주째 금요일인 14일에 선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던 겁니다.
 
그러나 헌재는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 선고기일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최재훈 반부패2부장검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13일 오전 10시로 지정했습니다.
 
그동안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을 최우선 심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 사건에 대한 변론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 선고기일이 앞서면서 윤씨 선고는 미뤄질 공산이 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전례보다 한주 미뤄 21일쯤 선고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그런데 다음 주도 미지수입니다. 18일에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 변론이 예정돼 있습니다. 헌법 재판관들이 변론에 집중해야 하는데, 불과 사흘 만에 대통령 탄핵에 대한 선고를 내릴지 의문이라는 지적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총리 변론은 2월19일 종료됐지만 아직 선고기일이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서는 헌재가 한 총리와 윤씨 탄핵을 동시에 선고할 가능성도 거론합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동시 선고에 대한 헌재의 부담감으로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한 총리 선고기일이 먼저 정해지게 된다면 윤씨 선고는 3월말이나 4월초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듭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 선고 마지막 시한을 4월14일로 보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 선고의 기한은 사건을 접수한 이후 6개월입니다. 법률상으로 최대 선고시점은 6월13일입니다.
 
하지만 문형배 재판관(헌재 소장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4월18일자로 만료됩니다. 4월18일 이후엔 헌법 재판관이 6명만 남게 됩니다. 헌재에서 ‘임명’하라고 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는 아직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헌재법상 탄핵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요구됩니다. 4월18일 이후 윤씨가 파면되려면 남은 6명 재판관이 모두 ‘탄핵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겁니다. 더구나 4월 중순을 넘기게 되면 재판관 두 명의 퇴임에 이어 새로 재판관 등을 추천하고 임명하는 과정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재판관이 임명된다고 해도 다시 변론을 열어야 하는 등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석방된 윤석열 씨가 3월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절차적 흠결 최대 회피
 
법조계에선 헌재가 전례와 달리 장고를 이어가는 이유엔 ‘절차적 흠결‘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가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윤씨 측이 ’내란죄 혐의‘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구속기한 만료 시간을 문제 삼아 윤씨 구속취소를 이끌어낸 핵심 사유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의 절차의 미비였습니다.
 
윤씨 측은 헌재 변론에서도 절차성을 따지면서 계엄의 정당성 등을 주장했습니다. 내란죄의 탄핵소추 사유 철회와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를 헌재가 증거로 채택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윤씨의 내란 수사와 관련해 ‘절차적 흠결’ 논란이 불거진 만큼 헌재도 비슷한 문제에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평의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헌재가 ‘전원일치’로 국론 분열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의견이 합치되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헌재로서는 전원일치로 인용해야 갈라진 국론을 그나마 봉합할 여지가 있는데 장고를 거듭하는 모양새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잘 모아지지 않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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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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