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위기론에 휩싸인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개시에 따라 상거래 채권을 전액 변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에 지급하기는 어려운 만큼, 이해 관계자들의 양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파악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습니다.
14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가 회사 정상화와 관련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김충범 기자)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 등 홈플러스 경영진은 14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법정관리 절차 이후 불안해하는 협력사, 임대점주 및 채권자들에게 상거래 채권 지급 진도율과 상품 공급 안정화 현황 등에 대해 공유하고, 확고한 정상화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것이 홈플러스 측 설명입니다.
조주연 대표는 "최근 기업회생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모든 관계자분들께 사과한다"며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채권을 변제해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법원에서 홈플러스의 펀더멘털(기초)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 신속한 회생절차 개시를 통해 빠르게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 협력사를 제외하고는 상품 공급이 거의 다 안정화됐다.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되면서 금융 부담이 크게 경감됐고, 이는 곧 현금 수치로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3일까지 상거래 채권 중 3400억원의 상환을 마쳤다.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 완료될 것"이라며 "이날 기준 현금시재는 약 1600억원이며, 영업을 통해 매일 현금이 유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잔여 상거래 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홈플러스는 이날 간담회 내내 상거래 채권 변제를 거듭 강조하고, 영업 지표 역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달 4일 이후 1주일간 매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작년 동기 대비 13.4%나 증가했고, 고객 수도 5% 늘어나는 등 법정관리 절차와는 상관없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협력사들과 임대점주들이 정상화에 적극 협력해 지난 13일 기준 하이퍼(대형마트), 슈퍼, 온라인 거래 유지율은 95%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몰 99.9%, 물류 100%, 도급사 100% 등 나머지 부분들은 회생절차 개시 이전과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다만 조주연 사장은 향후 정상화를 위해 이해 관계자들의 양해와 도움을 당부했습니다. 조 사장은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에 지급하기는 어려워 소상공인과 영세업자들의 채권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며 "이 점과 관련해 대기업 협력사들이 조금만 양보해준다면 분할 상환 일정에 따라 모든 채권을 상환할 것"이라고 부탁했습니다.
김광일 부회장 "부도 막고 정상화하기 위해 회생 신청"
김광일 부회장은 최근 홈플러스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습니다. 먼저 회생 신청이 너무 빨리 결정됐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김 회장은 "홈플러스의 부도를 막고 회사를 정상 영업하는 길은 회생밖에 없었다"며 "회생절차는 주주가 가장 큰 희생을 당하는 절차"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가 부도가 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부도가 나면 급격히 무너지는 만큼 주주로서 권리를 내려놓고 최대한 회생에 협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김 부회장은 회생 신청을 신용등급 하락 최종 결정 전부터 준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이 확정된 뒤, 긴급히 검토하고 연휴 기간 중에 의사 결정을 해서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 이후 다수의 점포를 매각하고 다시 매각하는 방식의 '세일즈 앤 리스 백'으로 경영 악화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관련, 김 부회장은 "세일즈 앤 리스 백 방식은 다른 기업들도 많이 사용한다. 점포 매각 자금은 홈플러스 운용 자금으로 투입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세간에 홈플러스가 폐점 및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홈플러스의 폐점 수는 이마트나 롯데마트 대비 적고, 지난 2019년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기에 자연적으로 퇴사하는 비율도 가장 낮다. 다만 빠져나간 직원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대형마트 업황이 나빠진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김병주 MBK 회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재를 출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과 관련해 김광일 부회장은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는데요.
이날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는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주관의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 발행 규탄 기자회견'도 열렸습니다. 비대위는 "홈플러스와 카드사들은 위험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채권 판매에 혈안이었다"라며 "홈플러스와 김병주 MBK 회장은 당장이라도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사재를 털어서라도 ABSTB를 매입한 모든 피해자들에게 피해자 전액을 즉각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조주연 대표, 김광일 부회장은 오는 18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해 홈플러스 정상화 방안 등에 대해 답변합니다. 아울러 홈플러스는 오는 6월 3일까지 이해 관계인의 권리 조정, 변제 방법, 채무조정 방안 등이 담긴 회생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김충범 기자)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