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방송콘텐츠의 대부분이 유료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동시 공급되는 멀티호밍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콘텐츠 공급의 중복성이 증가하면서 플랫폼 간 차별성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유통구조가 변화하고 있는데요. 방송콘텐츠 거래 체계·기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황용석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 교수와 김헌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는 17일 개최된 방송학회 세미나에서 '방송채널 사업자의 멀티플랫폼 유통 실태 연구'를 통해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에서의 멀티호밍 현황과 OTT 플랫폼과 유료방송 간의 경쟁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1455개의 주요 방송 프로그램이 OTT에 공급됐으며, 그 중 43.71%가 두 개 이상의 OTT 플랫폼에 중복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일부 콘텐츠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등 다수의 플랫폼에 동시 제공됐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콘텐츠의 90% 이상이 다수의 OTT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진은 방송채널 사업자들이 콘텐츠 공급 범위를 확대해 협상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지만, 이로 인해 OTT와 유료방송 간 대체성을 증가시켜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송채널 사업자별 OTT 플랫폼 공급 수준. (자료=방송채널사업자의멀티플랫폼유통실태연구 보고서)
방송 직후 OTT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비율이 90%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콘텐츠 홀드백 기간도 단축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넷플릭스·웨이브·티빙 등 OTT 주요 3사의 홀드백 기간 분석 결과 전체 프로그램 중 약 90%가 방영 당일 또는 1~2일 내에 OTT에서 제공됐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방영 당일 콘텐츠 제공 비율이 51.72%였으나, 2일 내 공급 비율까지 포함하면 90%를 넘어섰습니다. 웨이브와 티빙은 퀵 VOD 서비스를 활용해 유료방송 실시간 시청 대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방송 프로그램 공급자의 멀티호밍 전략과 결합해 유료방송의 독점적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OTT 중심의 플랫폼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각 플랫폼의 방송사업 경영상황 변화, 독점 콘텐츠 여부 등의 요소를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에 반영하는 등 유료방송 시장 변화가 방송콘텐츠 거래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현 상황을 고려해 곽정호 호서대 교수는 타 유료방송 대비 과도한 콘텐츠 사용료 비율을 조정하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방송 매출 증감에 따라 콘텐츠 사용료를 산정하는 식의 새로운 대가산정 기준을 제안했습니다. SO의 콘텐츠 대가 지급률이 인터넷(IP)TV와 위성방송 등 전체 플랫폼 대비 5% 이상 높을 경우 향후 3년간 점진적으로 SO 지급률을 전체 플랫폼 평균 수준까지 인하하는 보정옵션을 포함한 안입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방송콘텐츠의 희소성이 높던 과거의 방송콘텐츠 거래 체계·기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주로 협상력에 의존한 거래관행에다 전년 대비 n% 인상, 인하 방식의 기준만으로 거래가 이뤄져 온 것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