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는 우리 집의 생활필수품을 조달해주는 곳이다. 집 앞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기업형 슈퍼마켓'이라 불리는 SSM이지만, 웬만한 대형마트와 버금갈 정도로 크고 물건이 많다. 가끔 집에 들르는 친정엄마도, 동네보다 이 곳의 물건 질이 좋다면서 양손 가득 장을 보곤 한다. 기업 회생 신청 소식을 접하고, 5000원 가까이 쌓은 마일리지를 얼른 사용해야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이내 기업의 재무 상황과는 별개로,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체들이 홈플러스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과 다름없이 홈플러스를 다니고 있다. 달라진 것은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얼굴을 자주 살피게 됐다는 점이다.
국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홈플러스와 MBK 파트너스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기업 회생 절차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대외적인 해명과 다른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줄곧 회사가 기업 신용 등급 하락 및 기업 회생 신청을 계획하고 기업어음(CP)와 전자단기사채 등을 발급해온 것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홈플러스는 손사래를 쳤다. 등급 하락을 인지하고, 급하게 3~4일 만에 회생을 준비했다고 항변해왔다. 금감원이 잡은 단서가 사실로 확인되면 이는 사기적 부정 거래에 해당한다. 동양그룹 사태 처럼 형사적 처벌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질 때마다 이들은 '사재 출연, 전단채 전액 변제 약속' 같은 사탕발림 같은 말로 대중을 현혹시켰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전단채 투자자들은 대주주인 MBK 김병주 회장의 사재출연에 대한 후속 계획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투자자와 언론을 기만했다며 사재 출연 계획이 없을 경우 청문회를 통해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전단채를 발행하고 판매한 신영증권 등 증권사연대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고소했다.
이러한 와중에 MBK가 전 세계 기관투자자(LP)에게 전했다는 연례서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사재 출연 계획 요구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도 MBK의 투자자들에게는 친절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이 서한에서 김 회장은 "홈플러스 회생이 진행되는 동안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 가치 회수를 위해 홈플러스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겠다. (중략) 언론에서 다소 잡음을 일으켰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사재 출연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고의로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 회생을 신청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보통의 기업 회생 신청 절차 과정과 홈플러스의 그것이 다르다는 각계의 지적을 '잡음'이라 표현했다. 한국이라는 국가와 국회, 금감원으로 대표되는 정부기관, 언론에 대해 경시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일 울려대는 홈플러스 앱의 '할인 쇼핑 정보' 알람은 서글프기만 하다. 경영전략 실패 책임이 있는 경영진을 뺀 근로자들만 위기를 타개해 보려고 부단히 애쓰는 것 같다. 이에 다수의 소비자들은 홈플러스와 연관된 피해자들의 피해를 줄이고자 발길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취를 감춰버린 홈플러스 경영진과 MBK에 대해 대중이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업체와 사회로 떠넘겼다는 의혹, 그리고 무리한 차입경영 등 경영역량에 대해 의심받는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기 바란다. 이제는 MBK가 답할 차례다.
이보라 증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