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김두관 전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민주당의 대권 경쟁이 본격화됐습니다. '신 3김'이라 불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대선 출사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기류 속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속속 대권가도에 합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일극체제' 흔들기에 나설 전망입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 대표는 비명계의 도전장을 물리치는 동시에 '외연 확장'을 통해 지지세를 모아야 하는 판국입니다.
김두관, 진보 첫 출마 선언…'신 3김'도 저울질
김 전 의원은 7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척간두 진일보의 결기로 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다"며 "제7공화국을 여는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진보 진영에서는 첫 대선 출마 선언입니다. 다른 야권 잠룡들도 대선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거나 출마 여부를 놓고 막판 고민 중입니다.
먼저 김 지사는 대선 출마 고심 단계입니다. 이번 주 내 출마 선언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대선 출마 의중을 내비쳐왔습니다. 이날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대선-개헌 동시투표 제안에 적극 동의한다"며 개헌에 대한 글을 남겼습니다.
김 전 총리도 아직 대선 출마 여부를 확정 짓지 않았습니다. 출마 선언 시기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 경선 방식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김 전 총리 측근은 "지금은 경선 룰 논의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김 전 지사는 대선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출마 시기는 대선일과 민주당 경선 일정이 구체화된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김 전 지사 측근은 "압도적인 정권 교체가 필요한 시점인데,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이번 경선을 어떤 의미로 치를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김 전 지사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비명계 인사 가운데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민주당 경선 후보가 확정되면 이 대표를 제외한 후보들은 연대를 구성해 '이재명 때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의 일극체제부터 깨야 승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내 '어대명' 굳건…'외연 확장' 고심
이 대표는 대선 날짜가 확정되는 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설 방침입니다. 정부가 8일 열리는 정례 국무회의에서 오는 6월 3일을 차기 대선일로 지정하는 안건을 올리기로 한 만큼 이 대표의 사퇴 시점은 이달 8일 또는 9일로 예상됩니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의 독주가 굳어진 상태입니다.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털어냈고, 윤석열씨 파면으로 정권 교체를 위한 명분 또한 확보했습니다.
이 대표의 독주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납니다. 서울경제신문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6일 공표·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이 대표 지지율이 47%로 가장 높았습니다. △김 지사(10%) △김 전 총리(9%) △김 전 지사(4%) △김 의원(3%)이 뒤를 이었습니다.
(왼쪽부터)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민주당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국난극복을 위한 시국간담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이 대표의 외연 확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범보수 진영 유력 주자들과 가상 양자대결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호도를 나타내지 않은 응답률은 두 자릿수에 달했습니다.
위와 같은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결할 경우 각각 53%와 35%로 집계됐으며, 없다는 11%입니다. 이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51%와 37%, 홍준표 대구시장과는 52%와 38%의 구도를 보였습니다. 두 양자대결 모두 없다는 11%로 나타났습니다. 이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52%와 32%를 기록했고, 없다는 14%로 높아졌습니다.
이 대표가 겨우 과반을 넘기고 있지만 후보를 고르지 않은 응답층이 여권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면 이 대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정권 교체를 원하는 여론보다 이 대표의 지지율이 낮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이 대표는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문항에서 40%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 당선을 희망하는 응답률은 56%로 격차는 16%포인트에 이르렀습니다. (이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권에서도 이 대표의 '본선 경쟁력'에 의구심을 품는 이유입니다. 결국 대선 국면에서 외연 확장이 이 대표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입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출마 선언에서 "어대명 경선으로는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중도 확장성이 부족하면 윤석열 같은 후보에게도 패배하는 결과가 또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