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발 10만원 게임 시대…'GTA 6'에 쏠린 눈

'마리오 카트 월드' 약 10만원
올가을 'GTA VI' 가격도 주목
잘 만든 게임이 가격 상승 정당화
'콘솔 후발' 한국 게임도 영향 전망

입력 : 2025-04-08 오후 3:50:2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2'가 출시와 함께 게임 소프트웨어 가격의 뉴 노멀(새 기준)을 제시할 전망입니다. 
 
8일 게임계에 따르면, 닌텐도는 6월5일 스위치 2와 함께 퍼스트 파티 게임 '마리오 카트 월드'를 출시합니다. 닌텐도는 이 게임의 패키지 판(실물) 가격은 9만8000원, 다운로드 판은 8만9800원으로 정했습니다. 미국에선 79.99 달러(약 11만7000원)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관세 영향 없는 디지털 다운로드 판도 10만원에 가까워진 겁니다.
 
게임계에선 이번 가격 책정이 대작 게임 정가 인상에 속도를 높여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게이머들이 닌텐도 스위치 2로 '마리오 카트 월드'를 즐기고 있다. (사진=닌텐도)
 
패키지 게임은 보통 6만원대에 팔립니다. AAA급 대작은 7만~8만원이고, 고급형인 디지털 디럭스 판이 10만원 안팎으로 출시됩니다. 넥슨의 대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 디스크 가격은 6만4800원으로, 2018년 4월 출시된 '마리오 카트 8 디럭스'와 같습니다. 코에이가 2005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로 출시한 '진 삼국무쌍' 가격은 4만4000원인데요. 이를 기준으로 보면 주요 게임 가격은 20년 동안 약 2만원 오른 겁니다.
 
게임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따라 오르고 있지만, 물가와 개발비 상승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특히 게임 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의 저항이 심해서, 후발주자의 부담이 크다고 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아이템 가격이 1달러만 올라도 국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게임 시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 디스크 가격은 6만4800원이다. (사진=이범종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콘솔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 게임사들이 대작에 높은 값을 매기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은 시장에 자리를 잡아야 하므로, 가격에 대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대작을 출시한 국내 게임사들은 가격과 판매량 등으로 인지도를 쌓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게임 자체의 매력이 가격 저항감을 낮춘 사례는 종종 있습니다. 1994년 11월 세가새턴 출시와 함께 발매된 '버추어 파이터' 가격은 8800엔인데요. 같은 플랫폼에 함께 출시된 'TAMA'와 '마작 오공: 천축' 가격인 5800엔보다 3000엔이나 비쌌음에도, 게임기 본체 판매에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습니다.
 
2023년에는 아발란체 소프트웨어의 '호그와트 레거시'와 인섬니악 게임즈의 '마블 스파이더맨 2'가 7만9800원에 발매돼, 각각 2200만장과 1100만장 넘게 팔렸습니다. 같은 해 라리안 스튜디오의 '발더스 게이트 3'는 6만4800원에 출시돼 1500만장 팔렸는데요. 발더스 게이트 3 기준으로 보면, 두 게임이 1만5000원 인상에 대한 저항감을 낮춘 셈입니다.
 
올가을 발매를 앞둔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VI'. (이미지=락스타 게임즈 웹사이트)
 
관건은 올해 출시될 게임도 줄줄이 심리 저항선을 뚫고 10만원선에 정착할 수 있을지입니다. 일각에선 닌텐도의 이번 가격 책정을 "시장 지배자가 총대를 멘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닌텐도와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시리즈 제작사 락스타게임즈가 일반 판 기준 10만원 짜리 게임으로 흥행에 성공할 경우, AAA급 대작 게임의 같은 가격대 출시가 안착할 거라는 관측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뉴 노멀 가격'은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게임 가격 책정 부담을 덜어줄 전망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게임사들은 누가 먼저 가격 상승의 포문을 여는지 눈치만 보고 있다"며 "올가을 락스타게임즈가 출시할 'GTA VI'라면 비싸도 사람들이 사지 않을까, 이렇게 새 기준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 출시를 앞둔 게임 가격은 미리 계획한 대로 나오겠지만, 9~10월에 나올 게임들은 닌텐도가 올려놓은 가격을 분명히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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