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11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임플란트 제조업체
덴티움(145720)의 지분 7.17%를 확보하며 경영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장기적인 주가 상승과 밸류업 전략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둘러싼 공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31일 장내 매수를 통해 덴티움의 지분 7.17%(79만3876주)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단가는 6만4190원~7만8776원, 지분 보유 목적은 '일반 투자'라고 밝혔다. 단기 차익을 노린 '단순 투자' 목적과 달리 의결권 행사, 신주인수권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예고한 셈이다.
얼라인파트너스 사무실(사진=얼라인파트너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번 지분 매입에 총 564억원을 투입하면서 3대 주주에 올랐다. 최대주주는 창업주 정성민 회장으로 지분 17.34%를 갖고 있다. 2대 주주는 지분 7.88%를 보유 중인 국민연금이다.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특수관계인 6인을 포함해도 18.9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향후 경영권 도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덴티움은 전체 발행 주식 22.09%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정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통상 우호 세력에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경영권 방어에 쓰인다. 이 경우 얼라인파트너스가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최대 41.05%까지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이에 얼라인파트너스는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덴티움의 경우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 대표적인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꼽혀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해 말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도 자사주 소각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보유비중이 발행주식 총수 5% 이상이면 자사주 보유 현황·목적 및 향후 계획 보고서 작성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규제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의결권 없는 자산을 굳이 길게 가져갈 필요가 없고 소각할 경우 주가가 올라 주주친화 정책에 부응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얼라인파트너스는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추가적인 소각 유인이 커졌고, 이를 향후 주주총회에서 밸류업의 일환으로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자사주 소각과 지분 매입을 통해 얼라인파트너스가 경영에 단계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여기에 집중투표제 도입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다. 주주는 부여받은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어 대주주 영향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코웨이 모기업인 넷마블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덴티움의 연평균 시가총액은 2020년(4496억원)부터 2023년(1조4346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했지만 지난해엔 1조1178억원으로 감소하면서 밸류업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덴티움의 밸류에이션을 '역사적 저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덴티움은 그동안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왔으나 동종 업계와 비교해 배당 성향은 낮은 편에 속한다. 배당금은 주당 200원(2020년)에서 매년 증가해 2021년(250원), 2022년(300원), 2023년(400원)에 이어 지난해엔 600원까지 올랐으나 배당성향은 3.01%(2022년), 3.57%(2023년), 7.12%(2024년)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경쟁업체인 메가젠임플란트의 배당성향이 2023년 11.8%로 이미 두 자릿수에 올라선 것과 비교하면 덴티움의 배당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일반 투자 목적이라고 밝힌 것은 향후 경영 개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주로 밸류업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겠지만 향후 주총에서 어떤 방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