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2세의 M&A)③호반, 지분 매집·M&A 드라이브…계열분리 포석?

비건설 분야 사업확대…건설 외 분야 상승세
계열분리 문제로 M&A 난항…내부정비 움직임

입력 : 2025-08-21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19일 16:1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경영권을 물려받은 2세들이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본격적인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기존 사업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전략적 행보이자 자신만의 경영 성과를 입증하기 위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시장은 이들의 M&A를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며 주목하고 있다. <IB토마토>는 각 그룹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현황을 짚어보고, 이들이 그리는 성장 로드맵을 조망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호반그룹이 올해 굵직한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진칼과 LS(006260)그룹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는가 하면, 애경산업(018250)HMM(011200) 등 굵직한 인수전 후보로 거론되며 M&A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업계에선 비건설 업종으로의 사업 확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올해 단행될 M&A 성격에 따라 2세 경영에 대한 평가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자산 규모에 따른 규제로 인해 대형 M&A를 추진하기보단 향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인수를 고려하지 않겠냐는 진단이 뒤따른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사옥 (사진=호반그룹)
 
비건설 분야 진출로 사업 다각화 모색
 
호반그룹은 호남권을 중심으로 한 지방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지만, 최근 10여 년간 리조트, 유통, 전선 등 비건설 업종으로의 사업을 불려왔다. 2018년 호반비오토→호반건설주택→호반건설로 이어지는 합병 과정을 통해 김대헌 사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장악한 뒤 건설업을 바탕으로 고급 골프장·리조트를 운영하며 사업 시너지를 키워왔고, 아브뉴프랑을 통해 유통·레저 사업 확장에도 성공했다.
 
호반그룹은 호반건설과 호반산업, 호반프라퍼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장남 김대헌 사장이 호반건설을, 차남 김민성 전무가 호반산업, 장녀 김윤혜 사장이 호반프라퍼티를 이끌고 있다. 호반건설을 단일 구조로 남겨둔 채 호반산업을 분리해 자산 규모가 큰 대한전선(001440)을 품고, 호반프라퍼티은 아브뉴프랑·서울신문·레저 자산 등 나머지 비상장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실적만 놓고 보면 기존 호반그룹의 근간인 건설업 실적은 최근 몇 년간 하락세지만, 이외 업종에선 상승세다.
 
호반건설의 경우 지난해 시공능력순위 12위 건설사 지위를 바탕으로 자체분양사업을 통해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출 규모는 별도 기준 2022년 2조7361억원에서 2023년 1조8709억원, 지난해는 1조7455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15.2%, 9.9%, 7.0%로 공사원가 상승과 분양경기 부진 장기화 등에 따른 타격을 다각도로 받는 상황이다.
 
반면 사실상 호반산업 매출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전선의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추세다. 매출액은 연결 기준 2022년 2조4505억원에서 2023년 2조8440억원, 지난해엔 3조2913억원으로 상승했고,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1.97%, 2.81%, 3.50%로 증가했다. 과거엔 그룹 매출 90% 이상이 건설에서 나왔지만, 대한전선 인수 이후 비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호반그룹은 향후 성장성을 고려해 건설 분야에서 몸집을 키우기보단 다른 업종 진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최근 인수를 타진했다고 알려진 애경산업은 아브뉴프랑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생활용품·화장품으로의 사업 확장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를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그룹 차원에서 약 3조5000억원에 달하며 단기금융상품과 기타 금융자산까지 포함할 경우 7조원을 넘어선다. 매년 보수적으로 이익을 쌓아온 호반그룹이 움직인다면 당장 대형 M&A 소식이 들려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계열분리 가능성…'자산 5조' 규제 관건
 
김대헌 사장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 이후 호반그룹은 점진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 기조로 사업을 운영해왔다. 다만 대부분 사업은 창업주인 김상열 회장의 유산이라는 성격이 짙다. 창업주인 김상열 회장이 건설업 외 업종에서 사업 다각화의 씨앗을 뿌렸다면, 2세 경영 체제를 통해 이를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렸음에도 매년 시험대에 오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아브뉴프랑을 비롯해 골프장 등 레저 산업도 김 회장이 경영 1선에서 움직인 결과물이었고, 2021년 대한전선 인수도 김 회장이 오너로서 내린 결단이었다.
 
이처럼 2세 경영을 본격화한 호반그룹이 M&A 시장에서 주요 잠재 인수 후보군에 오르면서도 실질적인 딜이 성사되지 않는 이유로는 계열분리 문제가 꼽힌다. 특히 2021년 자산 총액 규모 10조원을 넘기면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계열사 현황, 지분 구조, 대규모 내부거래 등을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계열사끼리의 순환출자가 제한된다. 이 외에도 계열사 간 채무보증 금지, 계열 금융사가 보유한 비금융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 제한, 소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기준이 더욱 엄격히 적용된다.
 
이 때문에 그룹 차원에선 M&A에 앞서 내부 정비부터 하자는 분위기가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당시에도 약 2년 만에 골프장 운영업체 호반스카이밸리를 매각하는 등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을 넘기지 않기 위해 급하게 매각했고, 친족이 보유한 회사 13개 등을 고의 누락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됐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호반그룹이 그동안 진행해온 계열사 정리를 마치고 삼 남매 계열분리를 통해 해당 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을 예상한다. 일찍이 호반그룹은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던 호반건설이 서울미디어홀딩스, 서울신문 등 건설업과 무관한 사업 분야를 모두 호반프라퍼티에 넘겼고, 호반산업은 대한전선을 중심으로 티에스자산개발과 호반써밋 등을 100% 자회사로 지배하는 구조로 재편하는 등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 과정을 착실히 밟았다.
 
다만 공정위로부터 계열분리가 인정되려면 삼 남매가 독립적으로 소유·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소유·경영·자금·인사 등 모든 면에서 공정위로부터 독립경영 요건을 인정받는 것이 첫 번째다. 현재 호반건설, 호반프라퍼티, 호반산업 등에서 형제·남매 간 교차지분은 정리한 상황이며 경영의 독립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계열사 간 자금 대여나 내부거래 문제 등이 정리되지 않아 마무리 작업 나섰다는 추측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는 지분구조 개편 이후 사업영역이 차별화되면서 독자적인 사업 기조가 강화되는 추세로, 호반건설과 호반산업, 호반프라퍼티 간 지급보증이 해소되고 있으며 향후 계열사 간 영업 및 재무적 연계성은 과거와 대비해 크게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호반그룹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호반그룹의 총 매출액은 8조1627억원, 자산규모는 16조943억원이다. 계열분리가 이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삼 남매가 맡고 있는 사업체의 자산 규모를 10조원 이하나 5조원 이하로 줄일 수 있다. 호반그룹이 M&A를 위한 풍부한 실탄을 들고 매년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 오르면서도 실질적인 인수까지 성사시키지 못한 이유라는 추측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말이 다가오면 자산 총액을 5조원 이하, 2조원 이하, 3000억원 이하 등 규제 라인에 따라 제한하려고 한다”며 “오랫동안 계열사끼리 연관성을 줄여온 호반그룹이 M&A를 실시한다면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결정일 것”이라고 전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계열분리와 관련된 내용은 전해들은 바 없다”며 “인수 상황과 관련해서도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이 전부”라고 말을 아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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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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