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관세폭탄’에 ‘각자도생’

벤츠·BMW·폭스바겐 미국 내 생산 확대
현대차, 향후 4년 동안 31조 투자 계획
포드 등 미 브랜드 점유율 확대 위해 '할인'

입력 : 2025-04-14 오후 3:56:59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전례 없는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수출 전략 조정, 할인 판매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세정책에 대응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전시돼 있는 멕시코산 포드 차량. (사진=연합뉴스)
 
14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서 수입되는 차량에 대해 새롭게 부과한 25%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지난 2일 발효된 관세로 인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주요 유럽 브랜드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유럽 자동차 업체 가운데 미국 현지 생산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벤츠입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벤츠는 이미 미국 내 두 개의 주요 조립 공장을 운영하며,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벤츠는 앨라배마 공장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 조립 공장에서도 생산을 이어가며 미국 내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찰스턴 공장은 주로 북미 시장 전용 상용차인  메트리스와 스프린터 밴과 같은 상용차를 주로 생산합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BMW 등 다른 주요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도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대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BMW는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공장의 교대 근무를 확대해, 생산량을 최대 8만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연간 40만대를 생산하는 스파턴버그 공장은 BMW의 최대 생산 기지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시리즈 모델을 만듭니다.
 
현대차도 지난달 미국 현지 생산을 연간 120만대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향후 4년 동안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해 미국 현지 생산을 20만대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생산을 늘리는 이유는 트럼프의 25% 수입차 관세를 포함한 비용 절감과 운송비 및 환율 리스크 감소,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등 경제적·전략적 요인들이 결합된 데 따른 것입니다 .
 
반면, 미국에 공장이 없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는 미국 수출을 4월 한 달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 공장이 없어 모든 물량을 영국에서 생산해왔기 때문입니다. 다국적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응해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5개 공장에서 약 900명의 근로자를 일시 해고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내 생산 비율이 높은 미국 브랜드들은 현지 할인 판매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포드는 ‘미국에서 만든 차를 미국인을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해 모든 고객에게 직원 할인 가격으로 자동차를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포드가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 압박에도 할인 판매에 나설 수 있는 데는 미국 내 생산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표진수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