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초대형 IB 경쟁

1300억 ETF 사고친 신한, '연내 신청' 기류 변화
"다수 발행어음 사업자 등장…수신경쟁 우려도"

입력 : 2025-04-14 오후 3:53:31
[뉴스토마토 이보라·김주하 기자] 금융당국이 하반기 신규 종합투자사업자(종투사) 선정을 예고하면서 차기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경쟁이 벌어질 전망입니다. 앞서 메리츠증권과 하나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이 발행어음업 인가를 위해 준비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선물 매매 손실 사고 등으로 몸을 낮췄던 신한투자증권까지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발행어음 사업자가 한 번에 늘어 금융권의 수신 경쟁 심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이 연내 초대형 IB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통제 강화 기조 하에 초대형 IB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태스크포스팀(TF)을 별도로 구성한 것은 아니지만, 내부회의체를 통해 스터디 성격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5조4945억원으로 초대형 IB 요건(4조원)을 충족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초대형 IB 신청보다는 내부통제가 우선'이라는 기조였습니다. 지난해 1300억원 규모의 ETF LP선물 매매 손실 사고로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2019년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이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내 신청'으로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당국이 종투사 지정 요건 등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 밝힌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위는 지난 9일 발표한 '증권업 기업금융 제고방안'을 통해 올해는 기존대로 종투사 신청을 받고 내년부터는 △본인 제재이력(사회적 신용) 요건 신설 △단계별 2년 이상 기간 필요 등 종투사 지정 요건을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3분기까지 자기자본 4조원(발행어음)과 8조원(IMA·종합투자계좌) 종투사 신청을 접수해 연내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다만 아직도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ETF LP 사고 관련 금감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금융당국의 제재와 초대형 IB 신청 및 결과 발표 시점이 겹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고 이력 때문에 올해 인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차기는 노려볼 수 있다는 전략적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종투사 및 초대형 IB 제도는 지난 2016년 정부가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증권사를 키운다는 취지로 도입했습니다.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이 넘는 종투사를 초대형 IB로 지정, 증권사에 발행어음 같은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서 발행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수수료 수익과 함께 기업금융 수익도 노릴 수 있습니다. 
 
현재 초대형 IB 기준에 부합하는 증권사는 △메리츠증권(6조3000억원) △하나증권(6조원) △키움증권(039490)(5조원) 등은 관련 TF팀을 발족하고, 스터디를 진행하는 등 야심 차게 발행어음 신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서 2017년 말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등과 함께 초대형 IB로 지정됐으나, 대주주 리스크 문제 등으로 발행어음 신청을 자진 철회했던 삼성증권(016360)도 이번에 신청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열 경쟁과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우려합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전체 시장에서 보면 증권사들의 수신 비중이 크지 않지만,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한 증권사가 많아지면 증권뿐 아니라 금융 전체 시장에서 수신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보라·김주하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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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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