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게임사 코그가 자사 게임 '그랜드체이스클래식'의 아이템 당첨 구조·확률을 속였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3600만원을 부과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그랜드체이스클래식은 PC MMORPG 게임입니다. 2000년 5월 설립된 코그가 2021년 출시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게임사 코그가 자사 게임 '그랜드체이스클래식'의 아이템 당첨 구조·확률을 속였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3600만원을 부과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미지=코그 웹사이트)
공정위에 따르면, 코그는 2022년 8월3일부터 2023년 2월27일까지 이 게임 확률형 아이템인 '구슬봉인해제주문서'의 당첨 구조를 거짓 공지했습니다. 주문서 당첨 방식은 일정 포인트까지 적립돼야 100% 당첨되는 포인트 적립제 방식입니다. 그럼에도 코그는 이 아이템을 일정 확률로 얻을 수 있다고 알린 겁니다.
이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는 방식 중 하나는 게임 내 임무를 수행하거나 상점에서 확정 구매하는 겁니다. 또 다른 방법은 구슬 봉인 해제 주문서를 구입, 당첨되면 '구슬 봉인 코디'를 얻는 겁니다. 구슬 봉인 코디는 의상과 무기, 펫 등으로 구성된 아이템입니다. 주문서로 얻는 아이템은 외형과 성능 모두 우수합니다.
상점에서 확정 구매하는 일반 코디의 경우 낮은 등급 아이템 하나를 확실히 얻을 수 있지만, 평범한 디자인에 속성도 한 가지만 부여됩니다.
게임사 코그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에 반해 구슬 봉인 코디로 얻는 아이템은 디자인도 우수하고 등급도 높습니다. 해당 아이템에는 속성 두 개가 붙습니다. 높은 등급을 원하는 게이머는 구슬 봉인 코디 확보가 필수인 겁니다.
게이머가 구슬 봉인 코디 하나를 얻으려면 여러 주문서를 해제해, 게임사가 설정한 포인트 3840점에 도달해야 합니다. 유료 주문서 하나당 쌓이는 포인트는 최대 961점 내에서 무작위로 정해집니다.
코그는 자사 게임에 "비활성화된 아이템을 확률로 획득할 수 있다"고 안내해 게이머를 기만했다. (이미지=공정위)
이때 게임사가 책정한 범위 내로 포인트를 쌓으면 아이템을 100%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때 아이템 당첨 확률은 0%가 됩니다. 주문서를 두세 번 구매해서는 3480점을 채울 수 없으니 아예 당첨이 안 되는 구조인 겁니다. 게다가 주문서 해제 시 쌓이는 포인트는 게이머가 갖고 있는 구슬 봉인 코디 개수에 반비례합니다. 그러니 게이머는 이미 가진 구슬 봉인 코디가 많을수록 새 구슬 봉인 코디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시도를 해야 했습니다.
공정위 확인 결과, 게이머가 구슬 봉인 코디 없이 처음 뽑기 할 때는 356~961포인트가 쌓였습니다. 당첨을 위해 해제해야 할 주문서는 8~22개였습니다. 하지만 구슬 봉인 코디를 15개 가진 상태로 뽑기를 시도하면 23~61포인트만 적립됐습니다. 따라서 주문서를 126~334번 해제해야 당첨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코그는 문제 된 기간 주문서 해제 화면에 "비활성화된 아이템을 확률로 획득할 수 있다"고 안내해 게이머를 기만했습니다.
코그 스스로 자신들이 악질적 기만행위를 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자료=공정위)
이게 악질적 기만 행위라는 건 개발사인 코그 스스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공정위가 확인한 코그 내부 문건에는 "누적 포인트를 통해서만 유료 확률 아이템을 획득하는 타 게임 사례가 없다", "추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공정위는 "게임 아이템은 무형의 디지털 재화로서 전자적으로만 존재하고 비대면으로 거래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해당 재화의 특성을 정확히 분석하기 어려우므로 판매자가 안내한 확률 수치를 신뢰해 확률형 아이템의 거래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주문서의 당첨 구조가 일반적인 확률에 따른 것이 아닌 포인트 적립제라는 사실을 은폐 또는 누락한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한 것에 해당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소비자들은 주문서를 1회만 해제하더라도 확률에 따라 구슬 봉인 코디를 획득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주문서를 구매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는 소비자 유인 가능성이 인정된다"며 "이 같은 행위는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한 전자상거래법에 위반한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공정위는 소비자 유인 근거로 코그가 해당 기간 주문서 30억원어치를 팔았고, 확률 정보 공개 이후 민원이 많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 게임에 600만~2000만원을 소비한 게이머들이 환불·보상을 요청한 점도 고려했습니다.
전자상거래법 21조는 거짓·과장·기만으로 소비자를 유인·거래하거나 청약철회 또는 계약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공정한 게임시장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업체의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