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차출론'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노선을 취하고 있는데요. 대선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등판 시기를 재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행이 호남과 영남 지역을 잇달아 방문하는 광폭 행보를 펼치면서 대선 출마 가능성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한 대행은 16일 오후 울산 동구의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방문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 아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조선업 현장을 둘러보고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습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자동차업계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인 기아오토랜드를 찾았습니다. 이후 인근 시장 상인에게 손 편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대선 겨냥 행보로 보고 있습니다. 한 대행의 대선 출마론이 무르익은 시기에 진보와 보수 진영 '텃밭'을 연이어 찾았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려운 것이죠. 한 대행이 대선 출마와 관련해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도 한몫합니다.
한 대행은 대선 출마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앞서 총리실 간부들에게 "대선의 'ㄷ' 글자도 꺼내지 마라"며 대선 출마론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위기에 처한 국정을 안정적으로 균형 있게 이끌어가는 것이 저의 마지막 소임"이라며 대선 차출론을 고사하는 듯한 입장을 재차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한 대행 입에서 직접 불출마 선언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불참하며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국회는 이달 14일부터 16일까지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 대행은 시급 현안 처리와 민생현장 점검을 이유로 3일 연속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광주 서구에 위치한 기아오토랜드 광주공장을 찾았다. (사진=뉴시스)
사실상 한 대행이 대선 출마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등록이 끝난 만큼 무소속 출마를 통한 '단일화 전략'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후보 신청자들의 경쟁력과 부적합 여부 등을 심사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자질을 갖췄는지 면밀히 검토했다"며 1차 경선 진출자 8명을 발표했습니다. 후보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가나다순)입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대행 차출론이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 대행이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배경을 가진 데다 경제·통상 전문가라는 점에서 대선 경쟁력 충분하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한 대행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 실현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 대선 경선 경쟁을 패스한 채 이른바 '꽃가마'를 태워야 하는 점은 국민의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연일 한 대행 견제에 나선 모습입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한덕수 총리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분"이라며 "지금 처음부터 돼 있는데 부전승으로 기다린다? 그걸 누가 동의하겠느냐, 누가 그걸 공정하다고 생각하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홍준표 전 시장도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한 대행 출마론을 두고 "비상식적인 얘기"라며 "한 대행은 선거를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관료로, 명확한 입장이고 뭐고 할 필요가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관세 전쟁을 치르고 위기 상황을 관리해야 할 총리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며 "정말 우리 당에 그렇게 인물이 없느냐"고 꼬집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