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권하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21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 행사에 앞서 그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장기 경제·산업 성장 로드맵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며 자본시장 대수술을 예고했다.
대선 후보들은 코스피 지수 공약을 내걸곤 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에 위치한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을 방문해 "임기 5년 중 5000까지 가는 게 정상"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18대 대선을 하루 앞두고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아 임기 내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코스피가 3000에 도달한 것은 2021년 문재인 대통령 때였다. 역대 대통령 임기 중 코스피가 가장 많이 올랐던 시기는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시기였다.
이 전 대표가 코스피 지수를 입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17일에는 "민주당 집권 시 코스피 3000을 찍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시장이 공정해질 것이다. 주가를 조작해 수십억씩 벌고 피눈물 흘리게 해도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나라에 어느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하려고 하겠냐"라며 공정한 시장 질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2021년 12월 대선 후보 당시에도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을 맡겨주시면 주가조작 사범들을 철저하게 응징하고 펀드 사기를 엄정하게 처벌해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고 발언했다. 당시 국내 증시 저평가 이유로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하고 장난 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 주가조작하고 시장을 망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누구에게나 공정한 시장의 룰을 제정, 주가 조작 전력이 있는 이를 엄벌해 시장을 부양하겠다고 줄곧 주장해온 것을 보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선심성, 일회성으로 코스피 지수 달성을 약속했던 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전날 행사에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상법 개정안 재추진을 약속했다.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집중투표제' 활성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폐기된 것보다 더 '쎈' 상법 개정안 등장을 예고했다.
대통령이 바뀌면 주가지수가 상승할까. 주가지수 얼마를 달성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언보다 글로벌 경기, 금리 등 대외 변수에 의해 시장이 움직였다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주식시장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사라지고, 상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의 한국 주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진다. 시장의 규칙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작동하고, 정책이 예측가능하고 일관성 있을 때, 또 기업의 지배 구조가 투명해지고,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보장될 때 주가는 반응할 것이다.
이보라 증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