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손배 소송…고려아연 “저의 모르겠다”

MBK “주식 매각으로 1300억원 손해”
고려아연 “소송 무의미…언론 플레이”

입력 : 2025-05-13 오후 3:52:32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고려아연이 보유 중이던 ㈜한화 주식을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재산상 손실을 입혔다는 주장입니다. 고려아연 측은 당시 매각은 법적 절차와 내부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졌으며, 이번 소송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3월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MBK는 특수목적법인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 대표이사 등이 지난해 11월6일 이사회 결의도 없이 회사 소유의 ㈜한화 주식 543만6380주(지분율 7.25%)를 저가로 팔아 고려아연에 손해를 입힌 데 따른 주주권리 행사 일환입니다.
 
고려아연은 2022년 11월23일 한화와의 호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해 상호지분을 보유하기로 하고, 한화 주식 543만6380주(지분율 7.25%)를 주당 2만8850원에 매입했습니다. 해당 주식에는 3년간 처분 제한 조건이 설정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6일, 처분 제한이 약 1년 남은 상황에서 최 회장 측은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에 주당 2만7950원에 매각했습니다. 이에 MBK 측은 매입가보다 낮은 매도가로 인해 실현된 손실만 50억원에 이르며, 주가 흐름을 감안할 경우 잠재 손해는 약 1307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겁니다.
 
또 MBK는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7월 주당 3만원에 한화 주식 600만주에 대해 공개 매수를 했지만, 고려아연 측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MBK는 이번 소장에서 우선 196억원을 최소 청구 금액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한화에너지가 한화 주식을 12.92%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공개 매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당시 고려아연이 응하지 않고 같은 해 11월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면서 생긴 손해를 계산한 금액입니다.
 
MBK 측은 “마땅히 프리미엄을 받아야 할 한화 주식을 헐값에 처분해 고려아연과 주주에 큰 재산적 손해를 입혔다”며 “최 회장이 경영권 박탈 위기에 몰리자 주요 주주인 한화 계열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사 주주 전체의 이익에 반한 결정을 내린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한화 주식을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1000억원이 넘는 평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며 “무리한 결정을 강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한화 주식을 한화에너지에 매각하면서 확보한 1519억4682만1000원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당시 주식 거래 가격은 시가에 따라 결정된 것이며, 상법 및 내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거래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고려아연은 2023∼2024년에 걸쳐 총 81억6567만원 배당금 수익을 거뒀고, 한화 지분 보유 및 처분을 통해 약 2년간 총 1601억원을 회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려아연 측은 “올해 2월 들어서야 한화 주가가 급등했다”며 “MBK는 이런 가격 변동이 예측 가능한 일이었던 것처럼 호도하면서 ‘아니면 말고’식 묻지 마 소송으로 고려아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번 MBK 고소는 아무런 이익도 없는 행위”라며 “언론을 이용해 자사를 흔드려는 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 내부에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저의를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MBK는 지난해 9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으로부터 1대주주 자리를 넘겨 받기로 하면서 최 회장 측과 회사의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여 왔습니다. 이 분쟁은 지난 3월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측이 승리를 거두며 일단락됐습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과 영풍·MBK 측 인사 4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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