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산업용 전기료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자가발전 설비 구축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특히 제조 과정에서 전기 사용량이 많은 철강, 정유 등 제조업체들이 속속 자가발전에 뛰어드는 모양새입니다. 산업용 전기료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독립된 전력망으로 한국전력의 의존도를 낮춰 생산원가 절감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사진=고려아연).
대기업이 주 고객인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해 10월부터 1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올랐습니다. 한국전력은 지난 2022년부터 총 7차례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 왔습니다. 이를 통해 3년 전 105.5원인 전기요금은 현재 68.7%나 오른 상태입니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제조업계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에 한층 부담이 커졌습니다.
이에 기업들은 자체 전력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습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전력 비용에 대응하면서 정전 사태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입니다.
먼저 고려아연의 경우 주력제품인 아연 제련 시 전해(전기분해) 과정을 거치기에 전력 소모가 매우 큽니다. 이에 고려아연은 자가발전으로 원가 절감효과를 누리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울산 제련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를 가동 중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고려아연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자가발전으로 제조원가의 30% 가까운 전력 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2630억원을 투자해 울산 공장에 121MW 규모의 천연가스 자가발전시설(GTG) 2기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전량 자체 소비할 계획입니다. 에쓰오일은 또 2026년말 완공을 목표로 하는 샤힌 프로젝트 시설에도 150MW 규모의 GTG 2기를 건설할 예정입니다. 에쓰오일은 4기의 GTG 건설이 모두 끝나면 현재 10% 수준인 오일 온산공장의 자가발전 비율이 42%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대제철도 2028년까지 8000억원을 투입해 충남 당진제철소에 LNG 발전설비를 완공할 계획입니다. LNG 발전설비를 통해 저탄소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제철 측 설명입니다. 현대제철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로는 전기료 외에도 저탄소 에너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탄소 중립으로 나아가면서 저탄소 철강재 수요를 잡기 위한 글로벌 철강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철강재 탄소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콤플렉스(울산CLX) 내 300MW 규모의 자가 발전소를 구축하고 LNG를 직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 SK이노베이션 울산CLX는 필요한 전기를 자가발전 설비와 한국전력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조업체들은 자가발전을 통해 장기적으로 한국전력의 의존도를 낮추고 있습니다. 이는 전기 요금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 변동에도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요금이 계속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의 자가발전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자가발전을 통해 전기료 부담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탄소 저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정전이 발생해도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해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린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