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새 정부 출범으로 AI 산업 육성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주요 공약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력기기 업계 전반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업계는 외교 공백 해소로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점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력기기 산업의 설비 투자 확대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국내 전력망 포화 문제 해결을 위해, 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인공지능(AI)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그는 AI 주도권 확보와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100조원 규모의 AI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등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I 산업 조성에 필요한 에너지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과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실현’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20GW(기가와트) 규모의 남서해안 해상풍력과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에 전력을 공급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나아가 2040년까지 한반도 전역으로 해상 전력망을 확대해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정책 컨트롤 타워로 삼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데이터센터 건축과 재생에너지로의 변환에는 막대한 전력 공급이 요구되는 만큼, 변압기와 배전반 등을 생산하는 전력기기 업계의 수혜도 기대됩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통한 재생에너지 대체와 전력망, 전력기기 설치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한 국내 업체들은 최소 5년간 달라진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력기기 업계는 미국의 노후 전력설비 교체 주기 도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증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력망 수요가 급증하며 슈퍼사이클(20년 이상의 장기적인 가격 상승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수요가 워낙 높다 보니 미국발 관세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해외 수출 비중이 큰 만큼 글로벌 통상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해 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정 공백 상태로 인해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응이 어려웠지만, 정부가 새로 출범한 만큼 수출 관련 관세 대응 컨소시엄 구성하는 등 후속 조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슈퍼사이클 상태라 해외에서도 수요가 많아 수주 자체를 선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생산 능력 확충이 중요한데, 최근 한전이 2038년까지 전력망에 7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도 이에 발맞춘 지원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로 확대하려면 매년 7GW 규모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데, 수도권 지역은 송전망이 이미 포화 상태여서 이를 해소하는 데 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