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지난 4일 오후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과 김명수 합참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합참 전투통제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국방부)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이재명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군대를 동원한 12·3 내란으로 촉발된 조기 대선 끝에 탄생한 새 정부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큽니다. 특히 내란에 동원된 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스스로 일어나 내란을 막아낸 국민이 요구하는 국방개혁의 제1과제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이 위임한 무력이 국민을 향할 수 없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요구와 열망 속에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국회에서 한 취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갑차와 자동소총에 파괴된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시간입니다. 내란으로 무너지고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겠습니다.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됩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습니다. 불법 계엄으로 실추된 군의 명예와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는 군이 정치에 동원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 새벽 불법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이 창문을 깨고 국회 본청에 진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방개혁 제1과제는 '내란 종식'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5일 12·3 내란 청산을 위한 5대 과제를 제안하면서 "내란죄는 우두머리, 주요임무종사자 외에도 단순가담자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12·3 불법계엄에 연루된 인원은 죄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 수사 대상에 속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사를 통해 내란에 가담한 것인지, 가담하였다면 그 정도가 어떤지, 아니라면 위계에 의해 동원된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죄의 유무를 판단 받아야 하고 그래야 내란 사건에 대한 완전한 진상규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군인권센터의 설명입니다.
12·3 불법계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군 관계자들을 수사를 통해 가려내는 건 군내 내란 종식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군내 내란 세력을 발본색원하고 합당한 처벌을 해야만, 군이 내란에 동원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군 안팎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이 작업과 함께 내란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국군방첩사령부, 국군정보사령부,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육군특수전사령부 등의 조직에 대한 대대적 개혁작업도 필요해 보입니다.
전직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내란 종식을 위해서는 군내 내란 잔당 제거가 급선무이고 방첩사, 정보사, 수방사, 특전사뿐만 아니라 지상작전사령부,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드론작전사령부 등 주요기관 세밀한 진단을 거쳐 이들 조직의 정상화를 위한 개편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군내 내란 잔당 제거를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수사와 함께 적재적소에 합당한 인재를 배치할 공정하고 엄격한 인사가 필요하다"며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급인사가 아니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인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작업을 할 새 정부 첫 국방부 장관은 군내 인사들과 얽히지 않은 깨끗하고 유능한 인물이어야 한다"며 "이런 장관이 군의 문민통제 원칙을 제도화하고 과감하게 내란 잔당을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 제도화와 관련해서는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주요직위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이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방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하는 한편, 주요 직위에 대한 보직예고제를 도입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내란 종식을 위한 군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방첩사 해체 요구가 가장 먼저 나오고 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내란청산을 위한 5대 과제 중 하나로 방첩사 해체를 제시했습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를 해편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창설했지만 이번 12·3 내란을 통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증명됐다는 것입니다.
군 일각에서는 방첩사의 각종 기능을 군내 다른기관으로 이관하고 조직을 해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대공수사기능은 군사경찰에, 쿠데타 예방기능은 감찰에 이관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12·3 불법계엄과 관련해 해체 요구를 받고 있는 경기 과천 국군방첩사령부 정문.(사진=뉴시스)
안보와 평화, 더이상 정쟁 대상 안돼
내란 종식을 위한 국방개혁 작업과 함께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하는 개혁도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평화가 경제다.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다"라며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윤석열정부의 대북 적대 정책이 계엄 선포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이를 위해 군 안팎에서는 우선 윤석열정부 당시 진행된 남북 간 군사적 갈등 조성 조치들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북확성기 방송, 접경지역 내 포 사격훈련, 비행금지구역 축소 등 효력이 정지된 9·19 군사합의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방의 조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북한의 호응과 동조가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한 남북 군사대화 복원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이 외에도 미국이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추진하는 등 자의든, 타의든 한·미 군사동맹의 재정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공약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도 꼭 필요한 국방개혁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