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혁신을 통한 취약층 금융 지원이라는 인뱅의 출범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신용점수 650점 이하의 저신용자에 대해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카카오뱅크(323410)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의 주담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출금리, 시중은행보다 높아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금리를 보면 650점 이하 차주에 대해 4.30%, 600점 이하에 대해서는 4.70%의 금리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구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있는 신한은행(650점 이하 4.68%, 600점 이하 4.56%)보다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입니다.
은행별로 보면 650점 이하 주담대를 기준으로 신한은행이 4.68%로 금리가 가장 높았고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4.33%, 우리은행 4.27%, 하나은행 4.1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600점 이하 주담대 금리는 신한은행이 4.56%로 가장 높았고 KB국민은행 4.34%, NH농협은행 4.28%, 우리은행 4.26%, 하나은행은 4.11% 순으로 낮았습니다.
인터넷은행들이 65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제공하며 출범 취지인 포용금융과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토스뱅크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에서도 시중은행과 인뱅의 금리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졌습니다. 신용점수 650점 이하 차주에 대해 토스뱅크는 8.04%, 카카오뱅크는 6.83%의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있으며, 케이뱅크는 해당 신용구간에 대한 마이너스통장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구간에서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인뱅보다 2배가량 낮습니다. KB국민은행이 5.59%로 가장 높았으며 NH농협은행 4.96%, 우리은행 4.44%, 하나은행 3.7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600점 이하 차주에 대해서도 토스뱅크는 8.76%, 카카오뱅크는 6.39%의 금리를 부과했는데요.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이 4.43%로 가장높고 우리은행은 4.29%, 하나은행은 3.77%를 책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5%p 가까이 격차가 벌어집니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에도 인뱅이 시중은행보다 더 높았습니다. 650점 이하 구간의 금리를 보면 토스뱅크 3.83%, 카카오뱅크 3.40%인데요. NH농협은행 3.83%, 하나은행 3.62%, KB국민은행 3.39% 등 시중은행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입니다. 600점 이하 구간에서도 카카오뱅크 4.06%, 토스뱅크 4.00%로 시중은행보다 더 높습니다.
'혁신·포용' 출범 취지 무색
은행들이 기피하던 중저신용자 포용 약속은 무색해져 과도한 '이자장사'란 비판이 나옵니다. 기존은행과 금리경쟁을 예상했던 인터넷은행은 높은 예대마진에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대비 저신용자에게 제공하는 금리가 높은 것도 문제지만 인뱅 중에서 금융당국과 약속했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치를 맞추지 못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신규 취급액 기준)은 26.3%로 금융당국이 설정한 목표치(30%)에 미달했습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33.7%, 30.4%로 목표치를 넘겼습니다. 다만 기간 중 평균잔액(평잔) 기준으로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35.0%로 기준(30%)을 넘겼습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잔액 기준 비중은 각각 32.8%, 34.3%였습니다.
금융당국은 인뱅 출범 초기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강조해왔습니다. 초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2021년부터 목표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분기 마지막 날 잔액 기준 30% 이상이던 목표는 지난해부터 평잔 기준으로 바뀌었고, 올해부터는 신규 취급액 기준(30% 이상)도 추가됐습니다.
인뱅이 대출 공급 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개선을 권고하고 인뱅이나 최대주주가 신사업 인·허가를 신청할 때도 이를 반영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감독 방침입니다.
이재명정부도 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 인뱅의 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는 현 수준보다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존 인뱅 3사의 중·저신용자 의무 대출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공약한 바 있습니다. 또한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전문 인뱅도 설립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뱅들은 저신용자의 경우 상환 능력이 부족해 대출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아 금리를 일정 부분 조정할 수 있단 입장입니다. 한 인뱅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별로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해 금융 이력 부족자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고 있으나 공급량에 따른 건전성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금융당국 방침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을 약속한 목표치대로 맞추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은행들이 시중은행 대비 저신용자에게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일부 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이 권고한 올해 1분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도 맞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경기 성남시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