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휴전" 선언…중동 급반전

"12일간 전쟁 종료" 공식 발표…이스라엘·이란도 휴전 수용

입력 : 2025-06-24 오후 4:51:05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다며 전쟁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양국 간 무력충돌이 가까스로 일단락되면서 중동 정세가 급반전됐습니다. 다만 이번 휴전은 중동 분쟁의 불씨가 된 이란의 핵물질 검증·폐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전면적 합의 없이 군사 충돌 중단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단기 봉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 이스라엘과 이란은 휴전 발표 후에도 교전을 이어가며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를 맞이하며 취재진에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이란 약속대련 후 전격 휴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하기로 하는 완전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양국이 각각 12시간 간격으로 공격을 멈춘 뒤 24시간 후 전쟁이 공식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번 사태를 '12일 전쟁'으로 명명하며 "앞으로도 결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휴전 소식 발표 직후 진행된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휴전은 무제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전쟁은 완전히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다시는 서로 총을 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습니다.
 
중동 분쟁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기지를 선제 타격하면서 시작됐고, 양측의 무력충돌로 이어졌습니다. 이어 21일 미국은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을 벙커버스터 등으로 공격했습니다. 이에 이란은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를 거론하며 보복 공격을 시사했고, 22일엔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위협 수위를 높였습니다. 여기에 이란은 23일 카타르 내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 14발을 발사했습니다.
 
다만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은 사전에 조율된 '약속대련' 성격이 짙었습니다. 이란은 카타르 내 미 공군 기지에 14발의 미사일 공격을 가했지만 사전에 미국과 카타르 측에 공격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14발은 21일 미국의 B-2 전략폭격기가 이란 핵시설에 투하한 벙커버스터 개수와 같습니다. 이란은 이번 보복 작전을 '승리의 전령'이라며 "미국의 침공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라고 전했습니다. 이란이 체면을 세울만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확전을 바라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분명하게 보이는 등 적정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란이 미국과 카타르에 공격 사실을 사전 통보한 덕분에 사상자는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 통보 덕분에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며 이란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스라엘·이란 핵 갈등 '여전'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발표 이후 이란과 이스라엘에서 차례로 휴전안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이번 휴전 조율에는 중동 국가 카타르가 핵심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로부터 먼저 휴전 동의를 얻어낸 뒤 카타르 총리를 통해 이란의 휴전 동의를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휴전 지속 여부와 관련해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이었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됐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땐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빼돌린 정황도 포착된 바 있습니다. 만약 이란의 핵 개발 재개 움직임이 미국이나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포착될 경우 다시 휴전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상대의 공격 중단을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한 쪽이라도 공격을 재개할 경우 이를 빌미로 충돌이 재점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합의 발표 이후에도 양측은 한동안 공식 수용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교전을 이어갔습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에서는 주거용 건물이 파괴돼 최소 4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습니다. 이스라엘 역시 이란 서부 미사일 발사대 등을 공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발표 직후 발생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휴전은 발효됐다. 이를 위반하지 말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양측이 휴전을 수용한 이후에도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이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이란도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 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중동 내 긴장감은 계속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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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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