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에도 변수는 없다. 사실상 인준 수순. 이재명정부 초대 내각 2자인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얘기다. 이르면 오는 30일 그는 '후보자' 꼬리표를 떼고 민생 총리직에 오른다.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지지 선언 후 내리막을 걸었던 그가 기어코 국정 2인자 자리에 올랐다. 그야말로 격세지감. 특히 범여권 185석(민주당 167석+조국혁신당 12석+진보당 4석+기본소득당 1석+사회민주당 1석)은 든든한 방패막이. 감히 누가 87년 체제 이후 가장 강력한 이 방패를 뚫을 수 있으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김 후보자는 한때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의 선두주자였다. 첫 원내 진입한 제15대 국회 당시 그는 약관의 32세. 당시 기준 최연소 국회의원. 문민정부의 종말을 알린 한보 사태. 그 청문회에서 보여준 30대 중반의 국회의원. "거물이야 거물, 차기 대통령감이야." 다들 그렇게 말했다.
실제 그랬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에 전국학생총연합(전학련) 초대 의장까지. 운동권 성골 중 성골로, 86그룹 황태자였다. 이후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전격 발탁, 27세 때 처음 총선에 도전했다. 당시 여당 거물인 나웅배 민주자유당 후보에게 0.23%포인트(260표) 차로 석패.
하지만 이후 삶의 궤적은 한마디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특히 사상 초유의 무증인 청문회. 참고인도 없었다. 자료 제출도 마찬가지. '증인·참고인·자료' 없는 전례 없는 3무 청문회. 한마디로 진실 은폐를 위한 깜깜이 청문회 아닌가.
야당일 땐 정반대. 김 후보자는 2022년 5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파행을 빚자 "지금까지 자료 제출과 그다음 답변의 불만족이 지금 상당히 작용하는 것은 후보자 스스로도 인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정 후보자 딸의 의과대학 편입학 구술고사 만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입학 전형의 부정이 있다고 판단되거나 문제가 제기될 경우 그것을 판단해서 밝혀내야 하는 상식적 판단력과 예리한 관찰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판 '오병이어 기적'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 큰 문제는 '스폰서 정치'의 일상화.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의혹은 '단순 산수'의 문제다. 최근 5년간 그의 공식 수입은 세비 5억1000만원. 확인된 지출은 최소 13억원. 이 중 아들 유학비 명목으로 전 배우자로부터 받은 2억원을 제외한 6억원가량의 실체. 청문회 과정에서 밝힌 세비 외 수입 내역은 축의금 약 1억원, 조의금 1억6000만원, 출판기념회 2억5000만원(두 차례), 장모에서 지원받은 2억원. 이쯤 되면 예수 뺨치는 오병이어의 기적 아닌가.
다만 김 후보자의 주장을 입증할 계좌 내역은 없다. 거짓 신고라면 '공직자윤리법' 위반, 제3자가 대가성 돈을 지급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이 과정에서 탈세 사실이 확인되면 빼도 박도 못 하는 포탈범.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원외 시절인 2018년, 김 후보자는 총 11명에게 1억4000만원을 차용했다. 이 중 하루 동안에만 9명에게 1000만원씩 총 9000만원을 빌렸다. 11명 중 한 채권자는 과거 김 후보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K씨의 회사 직원.
문제는 채권자 11명의 차용증. 통상 채권자는 자기에게 유리한 차용증을 쓰기 마련. 하지만 이들 11명은 같은 시기, 같은 형식의 차용증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물주는 따로 있는 '쪼개기 차용증'의 전형적 수법. 사실상 불법 정치자금의 통로 아닌가.
26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168차 정기 여론조사(지난 23∼24일 조사·ARS 무선전화 방식·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국민 48.3%는 "김 후보자에 대한 총리 인준에 찬성해야 한다"고 했다. 반대 의견은 40.5%. 찬성이 반대보다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밖인 7.8%포인트 높다.
하지만 김민석 인준 찬성 비율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56.9%)보다 8.6%포인트 낮다. 특히 중도층에선 김민석 인준 찬반이 '44.1% 대 41.7%'로 팽팽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54.3%)보다 10.2%포인트 낮은 수준. 이것이 민심.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상황에서 8억원의 재산 증가. 전처가 준 2억원을 빼도 6억원의 미스터리.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여론조사도 마찬가지. 그 숫자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모르면 무지, 알고도 외면하면 위선.
최신형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