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씨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언론사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 5가지 협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뉴시스)
여흥은 끝났다. 극우 판타지에 사로잡힌 그의 망상도 종결. 이제 다시 수감될 시간. 내란 우두머리(수괴)에게 불허된 한 가지. 잊힐 자유. 그에겐 사생활의 자유도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도 없다. 허락된 자유 시간은 불과 2시간.
9일 오후 2시15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내란 수괴의 재구속 기로. 지난 3월7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 이후 122일 만. 다시 내디딘 내란 종식의 첫발. 2년 반 내내 혹세무민을 자초한 윤석열의 기괴한 국정 운영과 배우자 김건희의 기이한 행적을 파헤칠 마지막 골든타임. 시작은 윤석열 재구속.
내란 수괴의 혐의는 기존 체포영장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를 비롯해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에 관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12·3 비상계엄 당시 행사한 국무위원 대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총망라. 앞서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지난 6일 오후 5시20분 윤석열씨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윤씨를 불러 2차 조사를 한 지 하루 만이다.
마지막까지 '법기술'…현실은 '폭망각'
하지만 윤석열이 보여준 건 '법꾸라지'(법+미꾸라지) 본능. 윤씨는 특검 소환 때부터 "위법하고 부당한 소환 조사"라고 항변했다. 내란 특검팀의 첫 출석 통보를 받은 지난달 28일 오전 9시55분. 윤씨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1층 현관에 도착했다. 묵묵부답인 채로 포토라인에 섰다. 윤씨가 침묵하는 사이, 그의 변호인단은 "공개 소환을 강요한 망신 주기는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애초 윤씨는 비공개 조사를 요구했다. 역시나 무산됐다. 끝내 얼굴을 드러냈다. 사과는 없었다. 조사가 시작됐다. 윤씨의 법꾸라지 본능은 이날에도 계속됐다. 오전 진술거부권을 쓰지 않던 그는 오후 느닷없이 박창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의 교체를 요구했다.
관련 법(형사소송법 제234조와 특검법 제8조)상 '경찰'의 조사 권한이 없는 데다 박 과장이 자신의 불법 체포에 관여한 당사자라는 이유를 들었다. 법꾸라지의 주장은 거짓. 파견 검사나 파견 경찰은 특검법(제8조)에 따라 특검의 지휘가 있거나, 그 권한을 위임받으면 조사할 수 있다. '검찰총장 출신' 법꾸라지의 의문 1패.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꾸라지 주장 모두 '거짓'
이뿐만이 아니다. 애초 그는 "협의 되지 않은 출석 요청은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또다시 어깃장을 놨다. 법적 근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19조(대통령령). 하지만 피의자 출석 연기의 전제 조건인 '특별한 사정', 즉 '피의자의 생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은 쏙 뺐다.
특검 출석이 현재 백수인 윤씨의 생업에 지장을 줄 리 만무. 이 수사 준칙은 강제 조항도 아니다. 내부 행정지침에 불과하다. 윤씨는 '수사의 최소성'이라는 형사소송법의 원칙도 내세웠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상 '수사의 최소성'은 체포나 구속의 강제 처분에 해당하지, 단순 출석 등의 임의수사와는 무관.
법꾸라지의 어깃장은 12·3 불법 계엄 직후부터 계속됐다. 수사기관의 체포와 구속 시도 때마다 법 기술을 총동원, 자신의 방탄막이로 썼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서부지법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자, 영장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게 대표적.
그는 이듬해 1월15일 체포 이후 검찰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 기간(10일) 만료 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공수처에서 서울서부지법으로 수사 기록이 넘어갔던 33시간7분을 일수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윤씨 측 주장을 수용했다. 이후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은 즉시항고를 포기, 전직 대통령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법꾸라지가 제2·3차 내란을 일으키는 사이, 보수 진영은 끝없이 자멸. 87년 체제를 넘어 해방 이후 최대 위기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달 30일∼지난 4일까지 조사(5일 공표·이하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고작 28.8%.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득표율(41.2%)보다 12.4%포인트 낮은 수치.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53.8%.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62.1%. 당 지지율(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은 이 대통령 대선 득표율(49.4%)보다 4.4%포인트 많다. 국정 지지율(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은 이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보다 12.7%포인트 높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내란 공범들은 시나브로 '난파선 레밍(쥐 떼)' 중. 윤석열 초고속 영장청구의 결정타였던 김성훈 전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의 예상 밖 진술 번복. 김 전 차장은 특검팀에 "총은 경호관들이 더 잘 쏜다"며 "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라"는 윤씨의 발언을 실토했다. 윤석열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그마저 난파선에서 뛰어내린 셈이다. 만에 하나 강경파 중 누군가 방아쇠를 당겼다면, 무혈 충돌의 친위 쿠데타 발발. 내란 수괴가 있어야 할 곳은 서울구치소. 법치주의 활시위는 '321호 법정'(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향해 떠났다.
최신형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