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5월30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에서 공정선거 보장을 촉구하는 보수단체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손절했다. 믿었던 미국마저 등을 돌렸다. 대한민국 극우 세력에 보내는 사실상 마지막 메시지다. 핵심은 '굿바이 윤석열…' 12·3 비상계엄의 단초로 작용한 부정선거론에 대한 퇴짜. 내란 우두머리(수괴) 윤석열에 대한 결별 선언.
시작은 "외국에서 실시되는 선거에 대해 논평하지 말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간결한 메시지. 지난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선거 불개입 원칙'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발신 주체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서신 대상자는 전 세계 파견된 미국 외교관.
미국 행정부, 모스 탄 방한 때 메시지 냈다
공교롭다. 다름 아닌 국무부 내부 외교 전문을 전 세계 미국 외교공관에 발송한 시점. 이 시기는 '부정선거 음모론자'인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전 미국 국무부 국제사법 대사)의 방한 기간.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탄 교수는 5박6일간 방한을 마치고 19일 출국했다. 탄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한국 선거 개입설을 주장한 음모론자다.
입국부터 시끄러웠다. 특정 보수단체 수백명이 인천국제공항에 몰려들었다. 오른손에 성조기를, 왼손에는 대한민국 국기를 각각 들고 '윤(석열) 어게인', '부정선거 당선 무효', '유에스에이(USA)' 등을 외쳤다. 대표적인 부정선거론자인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함께했다.
5박6일 내내 탄 교수는 중국 공산당에 의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다. 정체불명의 이재명 대통령의 소년원 수감설도 퍼뜨렸다. 이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 집단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다는 정체불명의 3류 소설까지. 그야말로 국경을 넘나드는 망상 시즌2.
현재 공석인 주한미국대사 부임설은 옵션. 그는 지난 15일 서울대 특강에서 주한미국대사 부임설에 대해 "나도 후보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음 날에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씨와 대화를 시도했다.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막자, 탄 교수는 윤씨와 옥중서신을 교환했다.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대독한 옥중 편지에서 윤씨는 접견을 불허한 내란 특검팀을 향해 "악의적이고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국힘에 여전한 '윤석열 그림자'
지난 3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 위기와 한미 자유동맹의 길 : 모스 탄 전 미국 국제형사사법 대사 초청 세미나에서 모스 탄 전 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이 모스 탄을 거부하면 한·미 관계는 파탄." 국민의힘이 기어코 화답했다. 이준우 대변인은 지난 16일 보수 성향 유튜브 '펜앤마이크TV'에 출연, 탄 교수의 서울대 강연이 취소된 것과 관련해 "저렇게 푸대접하는 모습이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혹시 정부가 개입해서 방해했다고 하면 아주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당협위원장도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 교수 사진을 공유하며 "트럼프로 가는 한 가지 통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트럼프 행정부는 바로 손절했다. 지시한 외교 전문도 구체적. 첫 번째는 외국 선거 절차의 공정성·정당성·합법성에 대한 평가는 삼갈 것. 축하 메시지만 하라는 뜻. 두 번째는 공개적 논평은 제한적으로 할 것. 설득 등 실익이 있는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사유 불허. 세 번째는 선거 관련 메시지 발신자 주체는 국무부 장관 혹은 국무부 대변인에 한정. 속뜻은 정부의 명시적 승인 없는 익명발 금지.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연일 헛발질. 망상적 세계관에 사로잡힌 보수의 종착지는 윤석열 어게인. 반탄(탄핵 반대)파 대표 격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민의힘 차기 당권에 도전장을 냈다. 또 다른 반탄파인 장동혁 의원도 오는 23일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이들은 찬탄(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의원 등과 전한길을 놓고 '극우 논쟁'을 벌였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극우의 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셈이다.
그사이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 반등 실패.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7월 셋째 주(18일 공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19%를 또다시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포인트 상승한 46%. 이 대통령 지지율은 같은 기간 1%포인트 오른 64%.
특히 국민의힘의 대구·경북(TK) 지지율은 고작 35%. 민주당보다 4%포인트 높은 수준. 부산·울산·경남(PK) 지지율은 23%로, 민주당보다 16%포인트 낮다. 60대와 70대 이상 지지율도 26%와 34%. 보수층 역시 47%로, 과반(이상 전화조사원 인터뷰·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확보에도 실패. 사실상 소생 가능성 희박.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몰락한 반지성주의 보수의 최후.
최신형 정치정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