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이 26일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6주기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6주기를 맞아 이종찬 광복회장이 '뉴라이트' 인사들에 대해 '친일 잔재', '가짜 보수'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26일 오전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거행된 추모식에 참석한 이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우리 독립에 대해 독립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연합국의 승리에 의해 어느 날 도둑처럼 찾아왔다는 자기 비하의 소리가 여기저기 들리고 있고, 우리의 독립투쟁을 테러리즘이라고 모독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항간에는 이런 부류의 사람을 '뉴라이트'라 지칭하는데 그들이 '뉴라이트'인지 '올드라이트'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올바른 라이트'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직격했습니다.
특히 이 회장은 "라이트란 '우익'이란 말이고 보수의 대명사다. 보수란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는 사람들을 말하는 데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에 어디 그런 매국적인 개념이 존재하냐"며 "진정한 보수란 바로 백범 선생이 말하는 문화 국민을 지칭한 것이며, 백범 선생이야말로 보수 그 자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지금 우리는 가짜 보수에 시달리고 있다"며 "해방 이후 친일 전력을 가진 잔재들이 어느 틈에 우익, 또는 보수의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자기 합리화하고 냉전시대 자기들만이 체제 수호 세력인 양 가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회장은 "사회 곳곳에 숨어서 암약하고 있는 이들이 기회만 있으면 고개를 들고 나온다"며 "육사에서 독립투쟁 영웅들의 흉상을 제거하려는 것도 그들이요, 독립기념관에 아무런 산출 근거도 없이 지금까지 애써 연구한 독립운동사를 뒤엎기 위해 국민의 세금 240억원이란 거금으로 새로 독립기념관을 짓겠다고 날뛰는 것도 그들"이라고 일갈했습니다.
또 이 회장은 "백범 선생에게 마지막 총격을 가한 세력, 바로 그들이 가짜 보수이고 이제 현명한 국민들도 가짜 보수의 실체를 완전히 알게 됐다"며 "얄팍한 권력의 주변에서 기생하는 가짜 보수를 몰아내고 나라의 정체성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6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회장은 "백범 선생께서는 오직 문화의 힘으로 강한 나라를 부러워하셨고 이를 실현하는 꿈을 꾸셨다"며 "난 데 없는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 우리를 부끄럽게 했지만, 다행히 우리는 세계인이 깜짝 놀랄 만한 저력으로 헌법 절차에 따라 하나하나 민주적으로 혼란을 극복하고 새 정부를 출범시키고, 사회를 안정시켰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는 그동안 축적된 우리의 정신문화가 얼마나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성숙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증좌"라며 "이 모든 성취에 우리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끝으로 이 회장은 "백범께서 꿈꾸셨던 진정한 문화 강국을 이룩하자는 외침을 다시 우리의 소리로 대변하자"며 "진정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서로 엉켜 당당하게 대화하고, 토론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나라를 살찌게 만들고, 나아가 대한민국 나름의 아름다운 민주주의가 꽃피게 되기를 희망한다. 아마 백범 선생께서 그리신 그림도 이런 높은 문화의 민주주의 세상이 아닌가 상상해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단법인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회장 박유철) 주관으로 열린 이날 추모식에는 이 회장을 비롯한 독입유공자 유족과 기념사업회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해 선생의 조국 독립을 위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추모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은 1876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평생을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1919년 3·1운동 직후 중국 상해로 망명,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에 선임된 이후 내무총장·국무령·주석 등을 역임하며 조국이 광복되는 순간까지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었습니다. 선생은 1945년 8월15일 일본 패망 이후 11월23일 환국한 뒤 통일된 완전한 자주독립 국가 건설을 위해 진력하다 1949년 6월26일 서울 종로 경교장에서 흉탄에 맞아 서거했습니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