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대사 장애를 개선하는 것이 노화 관련 시력 손실의 주요 원인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워싱턴대학교 의학의 새로운 연구에서 마우스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사진은 노화 관련 황반변성이 진행될 때 가장 먼저 죽는 마우스 눈의 망막 상피 세포로, 색소로 염색된 세포이다.(사진=Washington University, Tim Lee)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나이가 들면 눈도, 심장도 함께 늙는다." 흔히 듣던 이 말이 의학적으로 입증됐습니다. 최근 발표된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대사를 조절하는 특정 분자가 나이와 함께 나타나는 시력 손실과 심장 질환을 예방하거나 늦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워싱턴대학교 의대 라젠드라 S. 아프테(Rajendra S. Apte) 교수 연구진은 최근 국제 협력 연구를 통해, 콜레스테롤 대사 장애를 해결하면 50세 이상 성인에서 실명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연령 관련 황반변성(AMD)'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연구진은 AMD 환자와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kfrus한 연구 결과는 저명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24일 게재됐습니다.
황반변성, 콜레스테롤 축적이 주범
연령 관련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점진적인 중심 시력 상실을 초래합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큰 이상이 없으나, 병이 진행되면서 망막 아래에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침착물이 쌓이고 염증과 세포 손상을 일으킵니다. '건성' 황반변성은 중추 신경계 퇴행성 질환과 유사한 지리적 위축으로 이어지며, 심한 경우 비정상적인 혈관 생성으로 시력을 급격히 손상시키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악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황반변성은 병의 진행을 완전히 막거나 역전시키는 치료법이 없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황반변성과 심부전 같은 심혈관 질환이 콜레스테롤 대사의 장애라는 공통된 원인을 갖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혈액 내의 '아포리포프로틴 M(ApoM, apolipoprotein M)'이라는 분자다. ApoM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간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 경로의 필수 구성요소로 알려져 있으며, 항염증 작용도 수행합니다.
ApoM 감소가 황반변성과 심부전 공통 원인
연구진은 황반변성과 심부전 환자들의 혈액에서 ApoM 수치가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ApoM 수치가 낮을 경우 눈의 망막 상피 세포와 심장 근육 세포가 콜레스테롤 축적을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그 결과 염증과 세포 손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마우스 모델에서 유전자 변형과 혈장 이식 방법을 통해 ApoM 수치를 인위적으로 높였을 때, 망막 세포의 건강이 개선됐고 콜레스테롤 침전물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망막의 빛을 감지하는 광 수용 세포의 기능 역시 향상됐습니다. 연구진은 ApoM이 세포 내 폐기물을 처리하는 리소좀에서 콜레스테롤 분해를 활성화시키는 신호 전달 경로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ApoM과 S1P의 상호작용이 열쇠
이번 연구는 ApoM이 '스핑고신-1-인산(S1P, sphingosine-1-phosphate)'이라는 분자와 결합했을 때만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는 중요한 사실도 규명했습니다. 이는 ApoM과 S1P의 결합이 망막 세포와 심장 세포 내에서 콜레스테롤 대사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핵심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이 성과를 바탕으로 워싱턴대학교가 설립한 스타트업 '모비우스 사이언티픽(Mobius Scientific)'과 협력해, ApoM의 농도를 높이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라젠드라 아프테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치료법이 없는 황반변성과 심부전의 예방 및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라며 “ApoM 증가를 활용한 치료 전략은 노화와 관련된 주요 질환을 해결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동 연구자인 알리 자바헤리(Ali Javaheri) 교수는 “망막 세포와 심장 세포가 모두 ApoM의 감소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가 크다”며 “앞으로 ApoM 증가 전략을 통해 건강한 콜레스테롤 대사를 유지함으로써 노화와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을 포함한 다양한 기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워싱턴대학교 의대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초 및 임상 연구에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생명의학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