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보험업계 판을 흔들 ‘메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으며 등장한 국내 디지털 보험업계가 수년째 적자를 지속하며 생존 기로에 섰습니다. 이런 업황 속에서 5대 디지털보험사 중 한 곳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는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활용한 생존전략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소액·단기보험 위주 한계
(그래픽=뉴스토마토)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털보험업계엔 한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1호 디지털손해보험사로 등장한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되며 전업 디지털 보험업을 사실상 접었습니다. 하나손해보험과 신한EZ손해보험은 종합보험사 라이선스(면허)를 강조한 형태로 사업 방향을 틀었습니다. 2013년 설립된 국내 첫 디지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은 10년 넘게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형국입니다.
올 1분기 국내 5대 디지털보험사(캐롯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신한EZ손해보험)의 당기순손실은 475억원으로 전년 동기 손실규모 345억원 대비 37.7% 적자폭이 늘었습니다.
설립 때부터 지난해까지 이들의 손실 총합은 8611억원에 육박합니다. 기타포괄손실까지 더하면 5개사 합산 손실은 1조원을 넘어섭니다. 지난해 순손실 총합은 1882억원으로 전년 손실규모 2185억원에 비해 13.9% 감소했지만, 이른 시일 내 적자 탈출은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이 중 하나손보는 지난 2021년 유일하게 연간 흑자 170억원을 기록했던 곳인데요. 이마저도 사옥 매각에 따른 차익이 반영된 결과로 순수 영업 수익으로 분류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큽니다.
보험업권에선 소액단기보험의 수익성 한계와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로 인한 건전성 타격 등 구조적 한계로 적자 탈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릅니다. 디지털보험사는 설립부터 전통 보험사와 차별화되는 비대면 판매에 초점을 뒀습니다. 텔레마케팅(TM) 또는 사이버마케팅(CM)으로 판매 실적을 채우고 보험료 수입의 90% 이상을 거둬들여야 규제를 적용 받습니다.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대면 영업에 들어가는 사업비를 줄이고 온라인을 통한 고객 접근성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비용 절감을 통해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우며 미니보험, 일상생활보험 중심 포트폴리오를 쌓았던 디지털보험사들이지만, 이제는 수익성 확대 고민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2023년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대면 영업이 필요한 장기보험과 보장성보험에 더욱 치중하고 있습니다. IFRS17에서 장기보장성보험은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증가와 이에 따른 가용자본(보완자본)이 늘면서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상승으로 연결됩니다. 그간 소액단기보험에만 치중했던 디지털보험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면영업·장기보험 확대 전략, 설립취지 반해
생존 위기 경고등이 켜진 디지털보험사들은 대면 영업을 확대하고 장기보장성보험 포트폴리오를 늘리며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장기보험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장기보험 모집에 착수했습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장기보장성 중심의 판매전략으로 선회하고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주요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접점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종합보험사 라이센스를 가진 하나손보는 지난해 말부터 장기보험에 진출하고 법인보험대리점(GA) 중심의 대면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라이선스를 가진 신한EZ손보도 최근 GA사인 토스인슈어런스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어 대면 영업을 준비하는 모양새입니다.
선제적으로 대면 영업과 장기보험에 발을 넓힌 하나손보가 지난해 적자 폭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대표적인 디지털보험사 수익성 개선 방향성으로 자리잡은 듯 보입니다. 하나손보의 지난해 순손실은 308억원으로 전년 대비 59.5% 급감했습니다.
캐롯손해보험, 카카오페이, 하나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사옥. (사진=각 사)
그러나 일각에선 전통 보험사 영역과 겹치며 디지털보험사의 설립 목적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 라인업 강화, 판매채널 변화 등에 나서고 있지만, 대면 영업과 장기보험을 다루기 시작하면 전통 보험사들과의 차이점이 모호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페이손보, 카톡·페이 플랫폼 활용 주목
이런 가운데 플랫폼 기반의 카카오페이손보는 미니보험 성격의 생활밀착형 보험과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플랫폼 조합을 앞세워 전형적인 디지털보험사로서 독자 생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설립 초기부터 고객 일상에 맞닿은 소액보험 개발에 집중해왔다고 알려졌습니다. 출범 직후 서민금융에 기여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출시한 첫 개인보험 상품인 ‘금융안심보험’을 시작으로 해외여행보험, 휴대폰보험 등 미니보험을 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해외여행자보험은 출시 2년 만에 누적 가입자수 4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가입률 또한 지난달 기준 63.5%에 달했습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이러한 성과에 대해 카카오톡 기반의 높은 접근성과 간편하고 신속한 보험 가입·청구 절차, 합리적인 보험료 등을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애플리케이션 등 플랫폼을 통해 고객에 긍정적인 보험 경험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보험 가입부터 청구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구현해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이 포인트입니다.
복잡한 절차가 장벽이던 기존 보험 가입·청구 시스템에 비해 디지털 친화적 이용자 경험을 제공한 전략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카카오페이 MAU는 2402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활용 방향성은 기존 디지털보험사들이 겪었던 성장 정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 간판. (사진=카카오페이손해보험)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