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북극항로를 말하다

기후변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북극 해빙, 47년 이래 최저치 경신
떠오르는 북극항로, 위험성도 높아
극한 기상, 안전 인프라 취약성
선박 좌초…보험료·친환경기술 등 종합 전략화

입력 : 2025-07-03 오후 4:05:42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르는 걸 '해빙(解氷)'이라고 말합니다. 이때는 한자 '풀 해'와 '얼음 빙'을 쓰지만, '바다 해'와 '얼음 빙'을 쓰는 '해빙(海氷)'은 바닷물이 어는 현상을 말합니다. 
 
바닷물은 일반적인 물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해빙을 맞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위기를 맞으면서 북극 해빙의 면적은 줄고 있습니다. 북극이 녹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따라 바닷길의 미래 먹거리로 지목되는 '북극항로' 개척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시킬 만큼 '북극항로'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전략 사업이 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북극항로에 대한 개념은 일반 독자들에게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이번 [뉴스토마토프라임]은 북극항로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올해 3월 북극 해빙의 연간 최대면적은 47년 위성 관측 이례 사상 가장 낮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처=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극지연구소)
 
북극항로를 알기 위해서는 북극 해빙을 알아야 합니다. 올해 3월 북극 해빙의 연간 최대 면적은 47년 위성 관측 이래 사상 가장 낮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의 데이터를 보면, 올 3월 북극 해빙은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를 갱신했습니다. 
 
북극 해빙의 면적을 조사할 때 얼음 농도 최소 15%의 바다 범위로 정의하는 데, 최근 여름 동안(1979~2024년) 남아 있는 북극 해빙의 양은 과거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소속 극지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지난해는 175년 인류 관측 역사상 전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해로 관측됐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1850~1900년대의 산업화 이전보다 1.5°C 초과한 최초의 해로 파리협약 '1.5도 마지노선'이 무너진 상황입니다. 
 
최근 조경호·정진영·양은진 박사 연구팀은 미국 알래스카대학교 등과 함께 2017년부터 7년간 조사를 통해 북극해 대서양화 현상(대서양화)이 태평양과 닿아 있는 서북극해까지 깊숙이 확장된 것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대서양화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대서양 바닷물의 북극해 유입이 늘면서 따뜻하고 짠 대서양 해수의 특성이 더 확산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서양화가 진행되면 북극해의 수온과 염분이 높아지고, 그 높아진 열이 표층까지 도달하면 바다 해빙을 녹일 수 있습니다. 
 
특히 북극 해빙 전망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에서 2050년 이전 '북극 무빙해(Ice free Arctic)' 출현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지난 3일 91일간의 북극해 탐사 항해에 나선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북극 베링해와 동시베리아해, 축치(Chukchi)해, 보퍼트해 등 북극 주요 해역을 따라 항해하며, 해빙 감소가 인접한 생태계에 미친 영향과 북극해 해저 동토층 붕괴 현상 등을 정밀 조사할 예정이다. (사진=극지연구소)
 
하지만 당장 5년 뒤 북극 무빙해가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이는 6차 보고서 때보다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기존 북동항로, 북서항로뿐만 아니라 북극횡단항로까지 해역별 무빙화 진행 양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음 없는 북극해는 기후 위기의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공언한 북극항로 개척 사업도 얼음 이동성 증가, 항행 가능 시기 확대라는 맥락을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바렌츠해, 카라해, 라프테프해, 동시베이라해, 추코치해, 중앙북극해, 보퍼트해, 캐나다 북극 군도 지역 순으로 진행이 예상되는 무빙해는 북극항로 가능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극지 전문가들은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항로 확장으로 북동항로를 꼽고 있습니다. 해빙 잔존·주권 논쟁의 리스크가 있는 북서항로의 경우도 북미 중심 해상 전략에 부분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기후변화의 가속화에 따라 2040년부터 현실화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는 북극횡단항로는 가장 이상적인 항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장기적 투자 전략이 필요한 항로입니다. 
 
북극횡단항로 중심으로 운항 항로가 재편될 수 있는 근거는 2030년경 쇄빙선을 동반한 항해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입니다. 또 2040년경에는 일반 화물선도 여름철에 운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북극항로 해저 지형 탐사를 위해 북극해로 출항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북극항로는 지정학적 리스크 회피라는 장점과 기존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약 30~50%의 거리 단축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위험성은 높습니다. 해빙, 부빙, 날씨 변화 등으로 항해 안전성 면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항만, 구조·구난 시스템 등 안전 관련 인프라 부족은 상업적 운항에 취약성을 더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친환경 선박 기술의 고도화가 더욱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박에 쇄빙 기능을 탑재하거나 쇄빙선 동반에 따른 보험료 증가 등 비용 상승 요인도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일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91일간의 북극해 탐사 항해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해양수산부)
 
그렇다고 손 놓고 먼 산만 바라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은 알래스카 거점의 그린란드 매입을 통한 북극자원 개발과 항로 선점을 노골화한 바 있습니다. 안보와 경제 패권이 걸린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는 방증입니다. 지난해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북극 해상 합동 순찰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북극항로 개척은 해운, 과학기술, 외교, 자원, 지정학,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가 교차하고 있어 복합 의제를 풀어야 합니다. 단일 부처 중심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따릅니다. 
 
범부처·범산업·국제 협력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이 요구되는 등 거버넌스, 경제·산업, 국내 역량, 국제 협력 분야별 과제를 추진해야 합니다. 더욱이 북극 해빙 예측과 항로 전망에 대한 과학적 불확실성을 걷어낼 과학적 기초 강화가 절실합니다. 생태계 교란, 오염, 기름 유출, 해빙 붕괴, 기상 재해 등 경제·환경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근 북극해 해빙 감소에 의한 북극항로 확장이 오히려 해빙에 의한 선박 좌초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2021년 11월 선박 18척 이상이 러시아 연안에 좌초된 사례도 갑작스러운 한파로 인한 북극해 해빙 증가가 원인입니다. 
 
지난해 캐나다 북극 해역에서의 선박 사고도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 감소와 극한 기상 현상 증가가 주된 요인입니다. 
 
탄소 배출 시나리오와 온난화 수준에 따른 해빙 소멸 시기, 수십년 단위로 앞당겨질 수 있는 항로 개방 시기 등을 고려해 경제·환경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전략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일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91일간의 북극해 탐사 항해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해양수산부)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규하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