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대 55만원까지 지급되는 소비쿠폰 정책의 사용처과 관련, 일부 유통 채널에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같은 사업체라 해도 가맹점은 사용이 가능하지만 직영점은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하는가 하면, 대형마트의 경우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규모가 대형마트 못지않은 식자재마트는 포함되는 등 예상보다 용처 기준이 복잡하다는 반응이 제기되는데요.
특히 이 소비쿠폰을 직접 이용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생활에서 자주 찾는 유통 점포들이 대거 빠져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 진작과 민생 회복을 위한 정부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민생 회복을 위한 소비쿠폰 신청과 지급은 오는 21일 오전 9시부터 9월 12일 오후 6시까지 8주간 실시됩니다. 신청·지급은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되며, 1차의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45만원이 지급됩니다. 2차는 국민 90%를 대상으로 10만원을 9월에 추가로 지급합니다.
소비쿠폰 신청은 기준일 당시 주민등록상 주소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온·오프라인에서 가능합니다.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해 받을 수 있습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우리 경제 회복을 위한 마중물로써,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전반적인 소비 활성화와 어려운 계층에 대한 소득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차질 없는 집행을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소비쿠폰 지급 앞두고 유통가 형평성 논란
이처럼 소비쿠폰 지급은 이재명정부의 야심찬 첫 민생회복 프로젝트지만, 용처와 관련한 복잡한 예외 조항에 곤혹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쿠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업종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요.
일단 정부가 제시한 소비쿠폰 사용 가이드라인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입니다. 때문에 소비자는 백화점 및 면세점, 대형마트는 물론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도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노브랜드, GS더프레시 등이 모두 제한 대상인 것이죠. 아울러 온라인 쇼핑몰 및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유흥·사행 업종, 환금성 업종 등도 제한 대상에 포함됩니다.
주부 한모씨(45·남)는 "고가 물품들을 파는 백화점, 면세점이야 그렇다 쳐도, SSM이나 배달 앱까지 배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실생활에 익숙한 점포를 자연스럽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소비쿠폰 스티커가 붙어 있는 장소를 일일이 검색해 불편한 소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과연 올바른 소비 진작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쿠폰 대상 업체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됩니다. 우선 이번 소비쿠폰 사용처에 편의점이 포함됐는데요. 편의점이 이번 정책의 주요 수혜 대상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쿠폰의 5% 수준이 편의점으로 유입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오프라인 유통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점주들을 고려해 소비쿠폰 사용 가능 대상에 포함된 지 모르지만, 한편으로 편의점을 전반적으로 운영하는 업체는 결국 대기업이 아닌가"라 반문하며 "사실상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전반적으로 모두 침체된 상황이다. 포함이든, 제외든 일괄적 기준이 적용됐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했습니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동일한 매장이라 해도 경우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기본적으로 스타벅스처럼 전국 모든 매장이 직영으로 운영되면 소비쿠폰 사용은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다이소, 교촌치킨, 뚜레쥬르의 경우처럼 직영과 가맹 방식이 혼용된 경우입니다. 이들 업체에서는 가맹점에서만 소비쿠폰을 쓸 수 있기 때문이죠.
주부 윤모씨(33·여)는 "다이소면 다이소고, 교촌이면 교촌이지,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가맹점과 직영점을 왜 걱정하며 구분해야 하나"라며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을 위한 소비가 아닌 행정 편의를 우선시한 소비로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대형마트에 필적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춘 식자재마트가 소비쿠폰 대상에 포함된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나로마트 등을 포함해 국내 3대 식자재마트 매출 합계는 지난 2014년 3251억원에서 2023년 1조680억원으로 3.2배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식자재마트 포함 방침이) 시행된다면 소상공인 경기 활성화와 지역경제 선순환이라는 본래 목표를 훼손하고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례별로 다르겠지만 자주 방문하는 점포들을 가지 못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 불편할 수 있다"면서도 "특정 채널을 광범위하게 포함시킬 경우 그곳으로 소비자들이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이번 소비쿠폰 정책이 경제 활성화도 있지만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내 지역화폐 결제 가능 매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