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해소에도…이재용 ‘정중동’

공식 입장 없이 일상 업무 지속
‘뉴삼성’ 염두한 신중한 행보
“AI 중심 사업 구조 혁신 필요”

입력 : 2025-07-21 오후 5:34:01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벗어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개적인 발언이나 일정 없이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선 항소심 무죄 당시 글로벌 경영 보폭을 확대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당장의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뉴삼성’ 전략을 재정비하는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학계에서는 사법 족쇄를 벗은 이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된 만큼 사업 전략을 신중히 재검토하고 장기적 비전을 중심으로 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7일 대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 무죄가 확정된 이후로도 서초사옥과 주요 사업장을 오가며 보고를 받는 등 일상 업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내에서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 회장의 별도 메시지가 나오지 않는 등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기존 연례적으로 준법감시위원회와 만남을 가져왔던 이 회장은 대법원 무죄 결정 이후 첫 준감위 정기회의일인 오는 23일에도 만남을 가지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지난 2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을 때의 행보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당시 이 회장은 선고 다음 날 곧바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AI 회동을 가졌고, 3월 말에는 중국 출장, 4월에는 일본 방문, 이달 초에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 등 활발한 글로벌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재계에선 사법리스크를 벗은 이 회장이 삼성의 위기 속에서 다시 ‘책임 경영’의 시험대에 오른 만큼 무게감이 커질 수밖에 없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사업의 부진과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복합 위기를 타개할 의사 결정에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기에 해법을 서두르기 보다는 ‘이재용의 뉴삼성’ 전략을 재정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실적 부진과 입지 약화로 인해 신사업 전략의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업 전반을 재점검하고, AI를 중심 축으로 한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며 “아직 무죄 판결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올가을쯤에는 경영 철학이 담긴 대외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한때 굳건히 지켜왔던 ‘1위’의 위상을 뒤로하고, 전반적인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줬으며, 파운드리 부문은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진 채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가전 역시 중국발 물량 공세와 저가 경쟁에 밀려 점유율이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명확한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집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지배구조가 가장 취약한 그룹 중 하나”라며 “무죄 판결 이후에는 지배구조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비전을 중심으로 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이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분야는 AI 반도체”라며 “AI 반도체 개발에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기술이 모두 필요한데, 삼성은 이 두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기업인 만큼 이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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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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