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배까지…산재 근절 대책 총동원

대통령, 입찰 자격 영구 박탈·금융 제재 등 초강경 대책 주문
전문가들, "예방 활동 견인하는 제도·정책 강화 필요" 지적도

입력 : 2025-08-12 오후 6:22:38
[뉴스토마토 이효진·김태은 기자]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칼을 빼 들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복적인 산재를 막기 위해 입찰 자격 영구 박탈, 금융 제재, 2인 1조 근무 의무화 등 초강경 대책을 주문했습니다. 핵심은 징벌적 손해배상입니다. 안전관리 위반 시 영업정지와 고액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집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예방 중심의 제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산업재해 대책 마련을 강구했다. (사진=뉴시스)
 
 
"산재 원천 봉쇄…강한 제재 필요"
 
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산업재해 근절을 주문했습니다. 강유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반복적인 산업재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정말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면서 "입찰 자격 제한을 영구 박탈하는 방안과 금융 제재 그리고 안전 관리가 미비한 사업장을 신고할 경우 파격적인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상설특별위원회와 같은 전담 조직을 만들어 상시적인 감시와 관리, 그리고 연구를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핵심은 징벌적 손해배상입니다. 최근 중대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난 건설업계를 겨냥한 조치입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상 과징금 부과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해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경우 책임자에게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매출의 3% 이내 과징금을 부여한다는 내용입니다. 기존 중대재해처벌법보다 더 권한이 큰 주체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다는 셈입니다. 
 
산재 발생 기업의 대출 고삐도 조입니다. 은행의 기업 신용평가에는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비재무적 요소도 고려됩니다. 산재나 중대재해 발생 시 비재무적 요소인 ESG(환경·사회·경영)에 낮은 점수의 페널티를 준다는 계획입니다. 중대재해 기업은 정책금융기관의 여신 심사에서도 불이익을 받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개정될 전망입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따르면 근로자는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작업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급박한 위험 발생 우려'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사고 징후 단계에서 조처할 수 있도록 법 개정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고용부 장관에게 강한 제재로 반복적인 산업재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는데요. 그 결과 △작업중지권 요건 강화 △2인 1조 근무 의무 확대 △공공 입찰 제한 요건 강화 △고액 과징금 부과 △기업 안전보건공시제 도입 △산업안전 감독 인력 확충·지방공무원 특사경 권한 부여 등 더 센 규제 방안이 마련됐습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9일 오후 인천 연수구 포스코이앤씨 인천 송도사옥에서 중대 재해 사고에 사과했다. (사진=뉴시스)
 
 
더 센 규제 장전…"예방책이 중요" 쓴소리도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에 강한 의지를 보이자 여당도 관련 입법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바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여당 의원은 4명입니다. 이중 규제 강화에 방점이 찍힌 법안은 두 가지입니다. 
 
가장 최근에 법을 발의한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중대 시민 재해 요건인 '공중이용시설' 범위를 도로와 활주로 등으로 넓히는 개정안에 담았습니다. 국회부의장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발생 사실 공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제안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한 산재 예방책도 눈에 띕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대표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대표이사에게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핵심 사항을 사전에 반드시 확인·조치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위반하면 처벌이 가능합니다. 이 밖에 중대재해 발생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이행, 근로감독관 지적 사항 확인 등 의무 사항을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뜨거운 감자는 문진석 의원이 지난 6월27일 대표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입니다. 올해만 포스코이앤씨에서 중대 재해 사고로 4명이 숨지자, 건설업계에 메스를 꺼내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사고 우려 시 공사 중지 명령 △사망 시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관련 업종·분야 매출액 3% 이내 과징금 △사망 시 7년 이하 징역·1억원 이하 벌금 등 더 센 처벌이 골자입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산재 근절 법안 도입에 고무적인 반응입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이런 계기를 통해 각 업계에 안전 인식이 확산되고 사고 예방의 기회가 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사실은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사후약방문식 엄벌주의보다 예방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명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처벌만 강화하는 건 산업재해를 막자는 근본적인 취지에 적합한 해결 방안이 아니"라며 "예방 활동을 잘하도록 견인하는 제도와 정책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지켜지면 현재 상태라도 상당 부분 예방하거나 걸러낼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며 "법은 있는데 안 지켜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법 집행력, 정부 차원의 행정 집행력을 제대로 갖추고 행사하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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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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