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등의 정책으로 소비 증가가 감지되고 있지만 갈수록 짙어지는 대외 환경 먹구름은 해법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 관세로 인한 수출 둔화도 우려지만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가별 관세가 마무리됐지만 미국 내 생산 설비 부족과 신규 설비 건설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현실적인 난제가 산적한 상황입니다. 예상보다 미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어 동맹국을 향한 추가 희생을 강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직장인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출 둔화 우려에 미 전망도 부정적
14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10.8로 전월(108.7)보다 2.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윤석열 탄핵 선고일 이후인 5월 100을 넘어선 뒤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지난달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되면서 소비 증가 등 내수 활성화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여신협회가 집계한 2분기 카드 승인 금액이 전년비 3.7% 증가한 바 있습니다. 경제동향 지표에는 지난달 국내 카드 승인액이 6.3% 증가했습니다. 소비심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6월 소매판매의 경우 준내구재와 비내구재가 각각 4.1%, 0.3% 늘면서 0.5%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미국 관세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입니다. 지난 2분기의 경우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 미국 측 수요의 반도체 업황 호조를 비롯한 제품 선주문 등 물량 밀어내기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 기업 수출액은 1752억달러(2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는 전 분기와 비교해 2.1% 증가한 수준입니다.
더욱이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앞둔 7월에는 일평균 수출액이 전년보다 5.9% 증가한 24억30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현재 미 상호관세가 발효된 8월 초순의 수출은 4.3%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미 수출은 14.2% 하락한 상황입니다. 8월 1~10일 한국의 대미국 수출액이 20억7000만달러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현재로서는 반도체 호조와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이 선방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갈수록 미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습니다. 최근 국제금융센터의 브리프를 보면 미국 내 기업심리는 3분기 S&P500 중 38개 기업이 하향세인 반면, 40개가 상향하는 등 향후 경영 여건에 대한 개선 전망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심리 서베이도 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관세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예컨대 애플의 경우 관세 여건에 대해 '유동적(evolving)'이라며 비용 전망과 관련한 어려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한 상태입니다.
특히 고관세 영향은 3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관세 영향이 나타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이익 마진이 높게 유지되는 등 아직까지는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영향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인공지능(AI) 기업 실적 호조와 고관세 부과 지연 등으로 2분기 미국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하나 3분기 이후 관세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 실적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7일 경기 평택항 부두 야적장에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 미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
아울러 미국이 국가별 관세와 별개로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에 대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 발표 전후 가격 변동성, 가격 급등락을 시현한 것과 관련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나옵니다.
미 구리 가격은 지난달 23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관세 시행 직전인 하루에만 22% 급락한 바 있습니다. 미 철강 수입도 관세 시행 영향으로 4월 -17.1%(전월비), 6월 -9.6% 등 수입 철강 가격 상승 요인이 미국산의 경쟁력 회복으로 평가됩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 미국 관련 업계는 환영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미국 내 생산 확대 등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전방산업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우세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현 생산설비 부족, 신규 설비 건설에 소요되는 시간(5~7년), 높은 에너지 비용, 환경 이슈 등으로 미국 내 증산은 기대난, 생산을 늘린다 해도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관세 조치에도 미국 내 증산이 무산되면 중국 등 경쟁국들은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re-routing)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관세 조치는 인플레이션, 고용, 소비, 기업 수익성, 산업 경쟁력 등 미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와 첨단산업 분야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1918년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1918~2021년 미 수입 철강 가격은 22.7%, 알루미늄은 8.0% 상승했다. 올해 관세는 2018년보다 세율이 높고 적용대상도 광범위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상황에 따라 미국이 원자재 관세 조치를 추가로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도 가시화될 것"이라며 관련 동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우리 산업의 경쟁력 확보 노력을 조언했습니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정책기획실 선임연구위원은 "실용적 대미 협력을 통한 양자 통상 리스크 완화와 가치 동맹에 기반한 신통상 질서 선도, 적극적 대응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며 "기존 '초격차' 전략과 더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첨단 제조 생태계 활용을 위한 '경쟁적 협력' 전략 추진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