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에서 10년간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가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만에 1심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리서치(SDR) 신사옥.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지난 18일 인권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박은지 판사는 지난 13일 정모(32)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승인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씨는 18세던 지난 2011년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충남 천안시 탕정사업장에서 액정 검사와 편광판 부착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지난 2021년 1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동년 6월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공단은 2022년 11월, 업무와 질병의 인과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정씨의 백혈병이 작업장 환경에 의해 발생했거나 악화된 것으로 추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는 입사 이전에 특별한 직업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백혈병에 대한 가족력이나 기저질환도 없었다”며 “평균 진단 연령이 60대 후반으로 알려진 백혈병을 원고는 27세 나이에 진단받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에서도 일부 위원이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씨에게 염색체 이상이 있으므로 개인적 소인에 의한 발병이라는 공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공단이 산재 불승인 근거로 제시한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올림은 “법원은 피해자의 백혈병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에서 엑스선, 극저주파 자기장, 벤젠, 폼알데히드 등에 노출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해 발병했거나 자연 경과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추단(추정해 판단)함이 상당(타당)하므로 상병과 원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며 “공단은 항소하지 말고 산재를 확정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