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9일 내란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씨가 단행한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가담·방조·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특검이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윤석열씨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미 같은 혐의로 구속된 만큼,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사법 처리 수순이 신속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 특검 사무실에 12.3 비상계엄 방조 등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계엄 가담·방조·위증 혐의 조사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한 전 총리는 '내란에 가담·동조하지 않았다는 입장인지', '계엄 문건을 챙기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담겼다는 보도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계엄 선포 직후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고생하신다"는 짧은 답변만 남기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특검이 지난달 2일 첫 소환 이후 48일 만에 다시 불러 조사하는 자리로, 이번에는 '피의자' 신분임이 명확히 강조됐습니다.
특검이 가장 비중 있게 들여다보는 부분은 한 전 총리의 국무회의 부의장 역할입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계엄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정황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왔습니다. 특검은 "대통령의 제1 보좌기관인 국무총리로서 헌법적 책무를 저버린 것이 형사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 전 총리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남긴 진술도 수사 대상입니다. 그는 당시 계엄 선포문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지만, 특검은 이를 위증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과 폐기 과정에 대한 조사도 이번 소환의 핵심입니다. 해당 문건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서명이 없다는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강의구 전 대통령 부속실장이 주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이 과정에 어떻게 연루됐는지, 문건의 성격과 작성 경위를 집중적으로 따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혐의는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입니다. 특검은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이 윤석열씨, 홍철호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한 전 총리와 잇따라 통화한 사실을 확보했습니다. 특검은 이 통화가 계엄 해제 표결 불참이나 지연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한 전 총리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규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 전 총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된 것은 단순한 절차적 확인 차원이 아니라, 실제 구속영장 청구 직전 단계로 보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내란 특검은 이날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곧바로 사법 처리 수순에 착수할 가능성이 큽니다. 내란 특검은 "조사한 후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혀, 신속한 결정이 뒤따를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특히 내란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이유'가 수사의 본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헌재 판결문에도 언급됐듯이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이 있다"며 "그 건의를 왜 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총리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 부작위로 볼 수 있는지, 적극적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형사적 책임 판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씨(왼쪽),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시스)
특검, 핵심 인사 조사 직후 영장 청구 전례
특검이 한 전 총리를 구속영장 대상으로 검토하는 배경에는 이미 선례가 있습니다. 내란 특검은 지난달 5일 윤씨를 두 번째로 소환해 조사를 마쳤고, 다음 날인 7월6일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피의자를 상대로 장시간 조사를 벌인 직후 곧장 영장 청구로 이어간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그는 28일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날짜만 놓고 보면 3일 뒤지만, 중간에 토요일과 일요일이 끼어 있었던 만큼 사실상 하루 만에 영장 청구가 이뤄진 셈입니다. 특검이 윤씨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보여준 일련의 속전속결 수사 방식은 한 전 총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특검이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혐의의 성격과 무게 때문입니다. 내란 및 외환 혐의는 국가의 헌정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범죄로, 형법상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규정돼 있습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은 대통령 직속 보좌 라인의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대목입니다.
윤씨는 이미 두 차례의 조사를 통해 내란 및 외환 혐의 전반에 대한 신문을 받았고, 특검은 이를 근거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이상민 전 장관 역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소방청 지휘 라인 개입 의혹 등 직권남용 혐의가 함께 적용돼 구속됐습니다. 두 사례 모두 특검이 특정 시점까지 수사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하자마자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로 전환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사팀이 장기간에 걸쳐 보강 수사를 해온 데다,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정황까지 추가 확보한 만큼 조사가 마무리되는 즉시 영장 청구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