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KDDX가 진정한 '차기' 구축함이 되려면

철저한 기술검토 통해 유무인체계·AI 등 첨단기술 반영해야

입력 : 2025-08-20 오전 6:00:00
멈춰 섰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다시 결승선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지시로 방위사업청은 지난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KDDX 기술자문위원회를 열고 기술 검토 등을 했다. 이 결과를 보고 받은 안 장관은 '오해를 사거나 문제가 되지 않게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들여다 봐달라'라는 취지의 추가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위원회 결과를 중심으로 방사청이 최종 점검을 한 뒤 국회 설명회를 거쳐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국회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진행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건 안 장관이 수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KDDX 기술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7조6000억원을 들여 6000톤(t)급 최첨단 구축함 개발하고 6척을 건조하는 대형 방위력 개선사업이다. 투입되는 예산도 크지만 2030년대 중반 이후 30여년간 한국 해군의 주력 전투함을 개발하는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지금껏 나온 첨단기술을 모두 접목해 미래 전장 환경에 적합한 구축함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사업이 처음 제기됐던 2016년과 이 구축함이 실전에 배치될 2030년대 중반 이후는 완전히 다른 전장 환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여기에 안 장관이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전장은 드론으로 대표되는 무인전투체계와 유무인복합 전투체계 등이 주도하게 됐다. 한국 해군 역시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를 추진하고 있다. 과연 2016년 결정된 KDDX의 작전요구성능(ROC)이 변화된 환경을 충분히 반영했는 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KDDX는 드론에 대한 대응이 전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DDX가 한국 해군이 지향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네이비 씨 고스트' 실현에 적합한 함정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까지 반영된 ROC가 변화된 전장 환경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KDDX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함정이 될 수 있도록 꼼꼼히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프랑스의 FDI 호위함, 일본의 모가미급 호위함, 이탈리아의 PPA 원양초계함 등 최근 건조되는 KDDX와 비슷한 크기의 함정은 무인체계를 적용하는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능력 향상에 노력을 집중하는 한편 승조원 숫자도 최소화하고 있다. KDDX의 승조원은 150여명으로 설계됐다. 인구절벽 시대, 특히 병력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해군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FDI 호위함은 110여명,  PPA 원양초계함은 100여명, 모가미급 호위함은 90여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기 때문이다. 
 
이들 함정과 세계시장에서 겨룰 KDDX가 2030년대 해양방산의 '승자'가 되려면 국내 기술 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 기본설계까지 종료된 KDDX의 상세설계 단계에서 무인체계 탑재, 인공지능(AI) 활용 등 최고 성능을 내기 위한 신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다행인 건 KDDX가 진화적 ROC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적용된 ROC는 2023년에 제시된 것으로 AI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등을 상세설계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방사청의 설명이다. 모쪼록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가진 나라가 만드는 최신예 전투함이 진정한 '차기' 구축함이 되기를 바란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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