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식’ 인텔 살리기…파운드리 경쟁 구도 ‘촉각’

미, 인텔 지분 10% 인수…‘최대 주주 등극’
정부, 인텔 지원 가능성…“더 개입할 수도”
“단순 지분 인수일 뿐”…영향 제한적 전망도

입력 : 2025-08-25 오후 3:07:25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종합 반도체 회사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선 가운데, 정부가 특정 기업의 대주주로 등극한 것을 두고 ‘중국을 따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텔을 살리려는 정부의 행보가 특정 기업에 보조금을 몰아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중국과 유사하다는 지적입니다. 나아가 인텔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 고객사에 인텔과의 협업을 압박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당장 영향을 받는 건 TSMC와 삼성전자 등 인텔의 경쟁업체들입니다. 일각에서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조 단위 적자를 이어가던 삼성에 특히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텔. (사진=뉴시스)
 
미국의 인텔 지분 인수를 두고 현지에서 연일 ‘중국과 닮아간다’는 반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정도는 다르지만 중국, 러시아에서 더 흔히 볼 수 있는 ‘국가 관리 자본주의(State-managed capitalism)’ 형태로 바뀌어가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도 22일 “미국은 중국이 되는 방식으로 중국을 이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항상 해왔던 방식, 자유시장 체제를 바탕으로 경쟁해야 한다. 이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큰 성과를 가져다준 가장 잘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인텔의 주식 4억3330만주를 주당 20.47달러로 총 89억달러에 매수해 인텔의 지분 9.9%를 확보했습니다. 투자금 중 57억달러는 이미 배정됐지만 지급되진 않은 반도체법 보조금에서, 32억달러는 보안 칩 생산을 위해 별도 지원금에서 충당됩니다. 앞서 인텔은 반도체법(78억6500만달러)과 국방부로부터 받기로 한 지원금 등 총 109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받기로 한 바 있는데, 이에 근접한 금액을 주식 매수로 대신한 것입니다. 
 
현지에서는 이번 거래를 통해 정부가 인텔의 회생에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TSMC, 삼성 파운드리보다 열세인 상황에서 최대주주로 등극한 정부가 고객 유치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신규 자금 투입은 인텔의 성장 전망을 즉각 개선하고, 새로운 지적재산권과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인텔이 계속 부진할 경우, 정부는 (미국이) 더욱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기업들이 ‘인텔을 포함하는 것(Intel inside)’을 채택하기로 동의할 때까지 관세 완화나 수출 허가를 보류하는 방식”이라며 지원 방법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지난달 테슬라 및 애플과의 대규모 수주를 통해 이제 막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온 삼성전자입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파운드리는 결국 고객을 유치해야 하고, 미국 빅테크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그 지원이 인텔에게 가면 삼성에 돌아가는 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텔이 기술적으로 경쟁사들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있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다른 고객사를 유치해준다고 해도, 그 고객사들이 수율도 안 나오는 기업(인텔)에 무작정 제품을 맡길 순 없다”며 “미국이 최신 공정을 인텔에 전수할 것도 아니고, 단순히 지분을 인수한 것뿐이다. 단기적으로 삼성이나 TSMC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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