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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28일 15:4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K-팝을 비롯한 드라마·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중동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K-콘텐츠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 수출 경쟁력 강화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주요 26개국 잠재 방한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한국 관광 선호도가 83%, 실제 방문 의향이 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의 40.2%는 서울만을 한국의 주요 관광지로 인식하고 있는 한계도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적극 활용해 저출생·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심화되는 지역 소멸 위협 요인을 줄여나가기 위해 문화산업 육성에 나섰다. <IB토마토>는 K-웨이브 확산의 실태와 개선 방향을 점검하고 향후 육성 전략을 살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정부가 게임을 K콘텐츠 핵심산업으로 지목하고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펼치기로 했지만, 아직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 인식과 지원 정책은 다소 아쉽다는 업계 의견이 나온다. 최근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 부처 간 의견 합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업계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아울러 해외 게임들의 자국 유통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는 이제 막 발걸음을 떼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게임 질병코드 도입 논란 '재점화'에 낙인 효과·사업 위축 우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게임이용장애'의 한국질병분류(KCD) 등재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WHO 질병분류에 따라 공중보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민관 협의체 논의를 통해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도입 찬성에 가까운 의견을 내비쳤다.
오는 10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10차 개정 초안 발표를 앞두고, 게임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9년 5월 게임이용 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국제질병사인분류개정안(ICD-11)을 채택했다. 당시에도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놓고 민관협의체 논의가 지속됐지만 수년째 결론이 나지 않은 가운데 정부 부처 간 의견 합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업계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게임질병 코드 도입이 확정될 시 오는 2027년 개정안 발표와 함께 시범 적용을 거쳐 203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게임산업협회, 한국 게임이용자협회 등 업계에서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 시 게임 이용자에 대한 낙인 효과와 함께 산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콘텐츠진흥원이 2022년 발간한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에 따르면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2년간 게임 산업은 약 8조8000억원의 손실과 8만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건강한 여가와 문화, 창의 산업으로서의 게임의 가치가 훼손될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이용자 보호와 산업 발전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신중한 검토와 책임 있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도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게임 질병코드 도입은 당장 게임 관련 대학들의 경쟁률 저하와 폐지까지 연결될 수 있다. 우수한 인력들이 게임 개발사·게임 창작 생태계로 들어오지 않게 되고 인력 수급의 악순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모바일인덱스)
자국 게임 보호·세제 혜택 등 실질적 지원 필요
지난 13일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영상·음악·게임 등 K콘텐츠 핵심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해 육성하기로 발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국 게임 보호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모바일인덱스 7월 모바일 게임 순위에 따르면 상위권은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 게임들로 가득 차 있다. 1위는 미국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 2위는 튀르키예 게임사 드림게임즈의 ‘로얄 매치’, 3위와 4위는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의 '브롤스타즈'와 '클래시로얄' 등이다. 슈퍼셀의 모회사는 중국 기업 텐센트다. 해외 게임들이 우리나라에 진입하면서 자국 내 게임들의 경쟁은 심화됐다.
이에 해외 게임들의 자국 유통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는 없으면서 국내 게임에만 엄격한 규제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업계 의견이 나온다. 우선 국내 개발사들은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까다로운 판호 발급 조건을 충족하고 현지 퍼블리셔의 요구를 수용하는 등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해 왔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3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가 시행됐는데 정작 해외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아 역차별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오는 10월23일부터 해외 게임사에 국내 대리인을 두고 법적 책임을 묻게 하는 '국내 대리인 지정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중국 게임사들은 국내에서 게임을 배급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하다 돌연 중단하거나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조차 지키지 않는 등 기본적인 이용자 보호 의무조차 외면하고 있다”라며 “이는 성숙해진 게이머 의식에 법과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국내 대리인 지정법’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국내 게이머를 보호할 수 있는 실효적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게임은 대표적인 지식재산(IP) 산업인 만큼, 국제적으로 공정한 경쟁 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IP 보호 장치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무엇보다 지난달 발표된 2025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K-문화·콘텐츠 산업 지원에 웹툰 콘텐츠 제작비용과 영상 콘텐츠 세제지원 확대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만, 정작 게임 산업 지원은 세액공제에서 배제된 상태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도입을 국정과제에 반영하겠다고 최근 언급했지만,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올해 초 발표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산업 조세지원제도 개선연구에 따르면 게임산업에 세액공제가 도입될 경우 향후 5년간 약 278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순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중소기업에 15%, 중견기업에 10%, 대기업에 5% 제작비 세액공제율이 적용될 시 투자 증가 예상규모는 2025년 2796억원에서 2029년 3634억원으로 늘어나 5년간 총 1조599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김정태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중소개발사의 경우 R&D 세액 공제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요즘엔 게임을 출시만 해서 끝나는 게 아니고, 시기마다 맵이나 에피소드가 리뉴얼되고 확장되기 때문에 제작 비용만이 아니라 R&D 세액 공제가 진행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 중견 게임사나 인디 게임사의 경우 AI 기술을 기반한 창작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가 마련된다면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