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삼성의 거버넌스

입력 : 2025-09-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지난 8월11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는 속보가 떴습니다. 세상은 이슈의 중심에 있던 두 사람의 사면을 두고 떠들썩했습니다. 두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된 탓에 또 다른 논란의 주인공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차장이 풀려난 것엔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최지성과 장충기 두 사람은 각각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전 실장과 차장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 2017년 8월 기소(뇌물공여)돼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입니다. 바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동원해 찬성표를 던지게 만든 실무자들입니다.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을 놓고 국민연금이 삼성 손을 들어주게 압력을 행사한 사건은 국제투자분쟁(ISDS)으로 옮겨 갔고 결국 삼성이 사고 친 일을 한국 정부가 대신 손해배상하란 판결을 받았습니다.(한국 정부 항소로 다시 재판 중) 그러나 이재용 회장은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재판에서 지난 7월 대법원에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고, 실무를 맡았던 최 실장, 장 차장도 모두 사면복권된 것입니다. 
 
온 국민의 눈에 빤히 보이는 무리수를 두고 엄청난 후폭풍을 겪은 삼성이지만 ‘어쩌면 해피엔딩’입니다. 삼성이라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의 노고(?) 덕분에 삼성그룹은 일차적인 거버넌스 문제를 정리했지만, 그들이 채운 단추도 삼성의 거버넌스라는 큰 그림에선 한 개의 단추였을 뿐입니다. 2025년의 삼성은 또 다른 거버넌스 문제로 고민 중이니까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오른쪽 두번째),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2022년 3월1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은 당시 완성한 ‘이재용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 지배구조에서 삼성생명을 빼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금산분리법 때문입니다. 이 회장이 지배구조의 중심축에 등장한 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는데 아직도 이 고리는 풀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의 주식 지분율이 뉴스가 됩니다. 둘의 전자 주식 합산지분율이 10%를 넘으면 안 돼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지분율 상승을 막기 위해 ‘헤어컷’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회계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지분을 지키려 한다는 지적인데요. 일부에선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팔면 엄청난 차익이 발생하는데 이 돈은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에게도 지급해야 해 이걸 주지 않기 위해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이 모두 사망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란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삼성화재도 문제입니다. 삼성화재는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습니다.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태우면 삼성화재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보유지분율도 15% 위로 올라 자회사로 연결하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지분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동원하고, 그러다 보니 잘 봉합한 것 같은 곳에서도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20년 넘게 달리는 기차를 멈춰 세울 수는 없습니다. 삼성의 거버넌스 정비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가치를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 법이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 중 3%를 초과하는 5.5%를 매각해 이를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에게 배당해야 합니다. 삼성을 향한 견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에 삼성도 서둘러야 합니다. 
 
지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차례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11월1일자로 사업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중간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신설)로 인적분할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에피스홀딩스에 출자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일부를 현금화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삼성생명에게서 삼성전자 주식을 가져오려면 현금이 필요합니다. 일단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렛대가 될 것이란 관측은 비슷합니다. 삼성전자가 35% 지분을 가진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시가총액 5조원대로 성장했습니다. 
 
‘이재용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 구조에서 삼성생명을 빼내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삼성생명에겐 삼성전자 주식 매각 차익도 고민거리입니다.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또 어떤 무리수를 두진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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