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공백’ 카이, K-방산 호황 뒤쳐질라

나 홀로 역성장…2분기 매출 7.1% ↓
사장 후보 언급 나왔지만 진전 없어
공백 길어질 시 흐름 뒤떨어질 수도

입력 : 2025-09-02 오후 3:38:37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유일의 완제기 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이 강구영 전 사장 퇴임 이후 두 달째 리더십 공백을 겪으면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현대로템이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 달리, 카이만 역성장을 보이며 K-방산 호황 흐름에서 사실상 ‘왕따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당시 사장이 지난 5월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LIMA 2025’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최근 카이의 후임 사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당초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이후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국수출입은행장 인사 지연이 겹치며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입니다. 차기 사장 후보로 류광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강은호 전북대 교수,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입니다. KAI는 형식상 민간기업이지만 최대주주가 한국수출입은행인 만큼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리더십 공백은 2분기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2분기 카이의 매출은 82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줄었습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분기 매출이 168.7% 증가한 6조2735억원, 영업이익(8644억원)도 156.3%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LIG넥스원은 매출이 56.3% 증가한 9454억원, 영업이익 역시 57.9% 증가한 77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현대로템은 2분기 매출이 29.5% 증가한 1조4176억원, 영업이익은 128.4% 증가한 2576억원입니다. 
 
카이 노조 측은 지난달 26일 “사장 부재로 인한 부작용은 현실이 되고 있다”며 “KF-21 양산 준비, FA-50 수출, 수리온 등 핵심 사업이 줄줄이 늦춰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수천억원 규모의 수출 협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해 현장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계약 지연에 따라 2분기 매출도 감소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영업이익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2분기 영업이익은 8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었으며, 2분기 말 기준 누적 수주잔고는 26조673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최초 양산 잔여 물량과 필리핀 FA-50 추가 도입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실적을 이끈 덕분입니다. 내년 KF-21의 실전 배치도 예정돼 있어 기대감은 여전히 높습니다. 
 
그러나 K-방산이 호황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흐름을 온전히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현재 K-방산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의 견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데, 수장 공백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수장이 최대한 빨리 선임돼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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