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 노총 위원장과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과 마주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민주노총이 국회 주도의 사회적 대화 복귀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민주노총이 중요한 결단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도 함께할 것을 당부했고, 양대 노총으로부터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얻었습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통과를 계기로 노조 파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해명에 나섰습니다. 최근 잇따르는 제조업 현장에서의 파업은 노란봉투법이 아닌 정례적인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과정에서 노사 간 입장 차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양대 노총 회동…5년6개월 만
이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초청해 "노동 존중 사회나 기업 하기 좋은 나라라는 것은 상호 대립적인 게 아니다"라며 "충분히 양립할 수 있고, 또 양립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양대 노총 위원장과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약 5년 6개월 만입니다. 마지막 만남은 2020년3월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이뤄진 오찬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인 지난 2월 양대 노총을 방문했지만, 취임 후 공식 회동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를 계기로 노동계가 기업과의 상생·협력에 적극 나설 것을 당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정부에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에선 문진영 사회수석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요즘 제가 산업재해, 체불임금 등 이야기를 많이 했더니 저더러 너무 노동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는 데가 있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라며 "오히려 요새는 기업인들 접촉이나 간담회를 너무 많이 하면서 노동자 조직은 한 번도 안 봤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양쪽을 다 보면서 우리 사회가 불신이 많고, 소통도 안 하고, 대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제일 큰 과제가 포용과 통합인데 노동자와 사용자 측이 정말 대화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일단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고, 있을지 모르는 적대감 같은 것도 해소하고, 진지하게 팩트에 기반해서 입장 조정을 위한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전날 국회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 복귀를 결정한 데에는 "민주노총이 중요한 결단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탈퇴한 지 26년 만에 노·사·정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복귀합니다.
이 대통령은 "실제 대화를 해야 만나서 싸우든지 말든지 결론을 내든지 말든지 한다. 왜 안 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경사노위 참여도 요청했습니다. 양 위원장은 이에 직접적으로 답하진 않았지만, 모두 발언에서 "사회적 대화는 정부의 입장을 관철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제 기능을 못한 측면이 있다"라며 "기후위기, 불평등,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노정 교섭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양대 노총 위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주 4.5일제 도입, 65세 정년 연장 등을 노동계 관심 현안을 전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사후 브리핑에서 "과거에는 어떤 목적 혹은 도달해야 될 설정값이 있는 위원회가 많았다면 (이번 경사노위는) 그냥 대화를 하자는 위원회"라며 "(이 대통령이) 아무런 목적과 설정값 없이 노사와 정부가 만나서 대화를 하자는 것이니 대화의 창구로 활용해달라고 얘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양대 노총 위원장으로부터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답을 얻었다고 강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지난 3일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선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 (사진=뉴시스)
노동부 "최근 노동계 '파업' 예년과 유사…'노란봉투법' 때문 아냐"
고용노동부도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노사 양립을 위한 해명에 나섰습니다. 노동부는 '최근 노동계 파업 관련 설명회'를 열고 "현대차, 한국GM, HD현대조선 3사의 부분파업은 개정 노조법이 아닌 임단협 과정에서의 노사 입장 차에 기인한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조선·HD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 한국GM 등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동시 파업에 나선 것은 9년 만입니다. 특히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결정을 두고 양사 노조가 문제가 있다며 공동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노동계의 '추투'를 부추겼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개정법에는 사용자 범위를 넓혀 원·하청 교섭이 가능하게 하고, '구조조정 등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 쟁의의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노동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개정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현재 파업은 예년과 유사한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파업이 노조법 개정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에서 벗어나 있는 설명"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노동부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와 합병 결정과 같은 인수합병은 개정 노조법에서도 노동 쟁의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노동부는 인수합병은 일반적으로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업상의 결정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최근 현대제철의 비정규직(하청) 노조가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소송을 제기한 것이 노조법 개정의 영향이 아니냐는 지적에 노동부는 "개정 후에도 원청의 사용자성이 무조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정안에서도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을 때 사용자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안 시행까지 남은 6개월간 노사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노동쟁의 범위, 교섭 절차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경영계가 과도한 우려를 하지 않고, 노동계도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도록 노조법 개정 현장 지원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소통하며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