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덮친 재정적자 그림자에 한국도 '불안'

미국·영국 등 주요국 국채금리 급등
국채 이자 가중→재정적자 악순환
'확장 재정' 한국도 적자국채 발행↑

입력 : 2025-09-05 오후 3:55:5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주요국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로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장기물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국챗값이 하락했다는 의미인데,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각국의 국채 추가 발행이 예상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채를 내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채금리 상승은 각국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또다시 재정 우려를 키우는 악순환을 부릅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국도 확장 재정 기조 속 내년 예산안 편성을 위해 적자국채를 100조원 이상 발행하는 등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한국의 국고채 30년물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정부부채 비율도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고령화로 인한 의무지출 증가와 성장 둔화로 장기 재정 상황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요 선진국을 덮친 재정적자의 후폭풍은 한국도 덮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주요국 재정적자 확대에 글로벌 채권시장 불안 ↑
 
4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종가 기준 연 4.862%로 전장보다 3.0bp(1bp=0.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전날 재정 우려에 따른 글로벌 채권 매도로 5%를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소폭 떨어졌습니다. 앞서 지난 3일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7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고, 일본 국채 30년물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30년물 금리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으며, 독일 30년물과 프랑스 30년물 금리도 각각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가리켰습니다. 
 
각국의 국채시장에 경보음이 울린 것은 재정건전성 우려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의 이유가 큽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부채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관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심리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실제 미 연방항소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헌이라고 판정해 관세 세수의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대규모 감세 법안 때문에 재정적자는 10년간 3조4000억달러(약 4740조원) 더 불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기채 금리를 밀어 올렸습니다. 
 
영국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에다 재정 악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30년물 국채금리가 최고점을 돌파했습니다. 이미 영국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가운데, 경제성장률 둔화,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 공공 재정 압박 등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는 프랑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는 재무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긴축 재정 예산안을 놓고 내각과 야당이 끝장 대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국가부채 비율 세계 1위인 일본도 정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채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한 뒤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한 퇴진 압박이 커지는 등 정치적 혼란이 반영되면서 30년물 국채금리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기물 금리 상승은 주로 재정적자, 국채 발행, 인플레이션과 얽힌 글로벌 현상"이라고 짚었고,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의 고착된 인플레이션,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 따른 미국 물가상승 압력 등이 장기국채를 더욱 취약한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주요국의 장기채 급등 상황에 대해 '재정 적자-포퓰리즘의 파멸적 악순환'이라는 진단도 내놨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확장 재정' 딜레마…한국, 매년 100조 이상 적자국채 발행  
 
문제는 한국도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재명정부 들어 확장 재정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한국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약속했지만 나라 살림은 더 빠듯해졌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말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전임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를 폐기하고 확장 재정 기조로 전면 전환했음을 보여줬습니다. 전임 정부에서 2~3%대 수준에서 편성했던 총지출 증가율은 8%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빚내서 미래에 건다'는 목적으로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대폭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오는 2029년까지 재정 지출이 재정수입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면서 4년 뒤 총지출은 830조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세수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상당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데, 국채 발행이 늘면서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원 이상 늘어나게 됩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내년엔 50%를 넘어서고 2029년에는 58%까지 상승합니다. 결국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재정관리수지 적자 폭은 2029년까지 매년 GDP 대비 4%를 웃돌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단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선진국의 국가채무비율 평균이 78%, 주요 20개국(G20) 평균이 83%인 것과 비교하면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힙니다. 그럼에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상승 속도가 느리다고 보기는 힘들기에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장 정부는 국채 발행에 따른 국채 이자 비용을 내년 36조원 규모에서 2029년 44조원까지 불어나는 것을 감당해야 합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악순환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됐습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재정적자 확대 우려와 정치적 불안이 선진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재정 확대 이슈가 상존해 있지만 정부부채 비율이 비교적 낮고, 인플레이션 여건도 안정적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GDP 대비 50% 수준이고, 작년도 세입 감소의 영향으로 재정수지 적자 폭이 다소 확대됐다"며 "한국도 확장 재정정책 기조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재정적자 확대 이슈의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병서 예산실장, 구 부총리, 임기근 2차관, 안상열 재정관리관.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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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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